'아리랑'을 편곡한 진주사람 김영환
'아리랑'을 편곡한 진주사람 김영환
  • 경남일보
  • 승인 2013.02.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일영 (언론인, 진주문화예술재단 부이사장)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우리 가슴을 찡하게 적시는 겨레의 노래 ‘아리랑’의 노랫말은 누가 지었고 곡조는 누가 붙였을까. 그렇게 물으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아마 대개는 구전민요로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에 의해 불려오면서 조금씩 발전해온 노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아리랑은 1926년 10월 1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된 춘사(春史) 나운규(羅雲奎)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는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일제의 고문으로 미치광이가 된 대학생이 귀향한 뒤 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덕 지주이자 일본 순사의 앞잡이를 낫으로 찔러 죽이고 오랏줄에 묶여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 나와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아리랑’이 오늘까지 이어져 남북은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우리 동포들의 심금을 울리는 민족의 노래가 된 것이다.

그때 그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든 ‘아리랑’의 노랫말은 나운규가 짓고 편곡자는 당시 단성사의 주임변사요 바이올린 연주가였던 진주 출신 청년 김영환(金永煥·1898~1936)이었다. 예명이 김서정(金曙汀)인 그는 진주 기생의 아들로 휘문의숙을 나와 1924년 무성영화 ‘장화홍련전’의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 변사활동을 아우르는 만능 영화인이었으며, 스스로 시나리오를 쓴 영화 ‘낙화유수’의 주제가인 ‘강남 달’을 작사·작곡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가수인 채규엽에게 ‘봄노래’를 작곡해줘 히트시킨 음악인이기도 한 그는 여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가 여러 편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낙화유수(1927)’와 ‘세 동무(1928)’ 등은 15만의 관객을 동원해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무성영화 부문의 우수영화에 뽑히기도 하였다. 또한 음악분야에는 영화 주제가를 중심으로 여러 곡을 작사·작곡해 히트시켰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가요인 ‘강남 달’은 영화의 인기 못지않게 인기를 끌어 전국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60년대는 황금심, 신카나리아 등과 최근 한영애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의 가수에 의해 다시 불려 애창되고 있지 않은가.

영화 ‘낙화유수’는 진주 기생과 한 화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비운으로 끝맺는다는 멜로물로 영화의 스토리와 노랫말은 진주 기생이었던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성장환경과 관련된 자전적 성격을 띤 영화로, 자신이 변사로서 스스로 쓴 각본을 청산유수처럼 뿜어내 뭇사람의 가슴을 울려 적셨다고 한다.

그는 당시 정상의 일류 변사로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작사가, 작곡가, 바이올린 연주자 그리고 가수로서 장안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돈을 물 쓰듯 쓰고 인력거로 권번가를 누비고 다닐 정도로 화려한 풍류생활을 하였으나 하늘을 치솟던 그의 인기도 유성영화의 출현 등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방황과 좌절의 세월을 보내다가 채 마흔을 채우지 못하고 1936년 요절하였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한 정통파는 아니지만 그가 작사·작곡한 노래가 오늘까지 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것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지닌 가요를 창작한 음악인이었음을 알게 한다. 더욱이 일본 엔카의 번안곡이나 번안된 서구의 노래와 변형된 민요뿐이었던 시절에 우리나라 최초로 작사·작곡한 창작가요를 내놓아 한국 가요사를 새로 쓰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가볍게 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를 편곡해 개봉 극장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게 함으로써 지금 우리와 세계 여러 나라에 사는 동포들이 가슴 절이며 부르는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있게 한 공적이야말로 높이 평가되어 마땅한 것이다. 아리랑이 어떤 노래인가. 한국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노래로 유네스코 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지 않았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