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내려옵니다
말이 내려옵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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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한국국제대학교 간호학과장)
엄마 닮기 싫었는데 자꾸만 엄마를 닮아가고, 아빠처럼 되기 싫었는데 자꾸만 아빠를 닮아간다는 생각을 해보시진 않으셨는지요? 물론 좋은 점들은 빼닮아 가야겠지만요.

남씨는 겉은 행복하고 속은 썩어 가는 가정과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 자기는 커서 가정을 꾸미면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집에 들어서면 아내나 자녀에게 내뱉는 첫 마디가 불평하는 말이요, 꼬투리 잡는 말이며,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자신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렇게 싫어했던 말인데, 그렇게 아파했던 말인데, 그렇게 증오했던 말인데….’ 배우지 않으려 했던 아버지의 말, 절대로 닮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의 말,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던 말들이 어느새 남씨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답니다. 말이, 그 아버지의 말이, 그 어머니의 말이 가족에게도 자녀에게도 내려옵니다.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던 사람도 아내만 보면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고 했습니다. 말의 세계에서 대가로 알려진 사람들도 가정 안에서, 특히 부부나 가족 간의 대화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대할 때 우리는 야릇한 위로를 받습니다.

“사원 김아영은 친절하지만, 딸 김아영은…”, “꽃집 주인 이효진은 친절하지만, 엄마 이효진은…”, “친구 김범진은 쾌활하지만, 아들 김범진은…”, “부장 김기준은 자상하지만, 남편 김기준은…” 일전 많은 관심을 끌었던 공익광고의 내용입니다. 이들은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집 안에서의 이들은 어떠했던가요? 그러기에 “밖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좋은 모습, 집 안에서도 보여 주세요” 하지 않았던가요.

말하기의 반대말은 듣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말하는 사람과 눈 맞추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 쳐주기, 뭐 이런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 원칙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것이 가족 간, 부부 간이랍니다. 사람의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기억들인데요,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우리가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선 영화대사 같은 멋진 한마디 한마디가 아니라 그저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들을 아끼지 않는 배려라네요. 서로 친밀하고 믿을수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할수록 상대의 감정을 잘 배려해야 한답니다.

미국사람들은 “I love you”, “Thank You”, “I‘m sorry” 같은 말을 참 잘도 하던데, 우리는 모면할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그런 말을 잘하질 못한답니다. 오늘부터 작은 배려를 보여줍시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이 아침, 가장 가까이 있는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색하지만 용기 내어 작은 배려를 실천해 보십시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한국국제대학교 간호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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