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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붕괴와 대학진학률 저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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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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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 즉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150% 범위에 들어가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이면 저소득층, 150%를 넘으면 고소득층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가구의 중위소득은 월 350만 원 정도로 한 달 소득이 175만~525만 원 선인 가구가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은 64.0%로 떨어졌으며, 국민들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46.4%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득기준으로 볼 때 분명히 중산층에 속하는데도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이나 된다. 과도한 자녀교육비, 불안정한 일자리, 실직, 자산 가치의 하락 등이 중산층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들이다. 내핍생활에 돌입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최근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살림살이가 힘들어지면서 뭐든지 아끼려 들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교육비다.

우리나라의 유별난 교육열은 교육비 지출을 급증시켰다. 1990년 이후 교육비는 7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악화된 경제 사정과 맞물려 2012년 대졸자의 약 28%가 미취업 상태다. 2000년 68.0%에 이어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81.9%로 하락세로 돌았고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79.0%와 72.5%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청년 구직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5%로 OECD 평균 38%를 압도하고 있으며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우리나라 청년의 3분의 2가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는 뜻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 소득, 사회적 인식, 결혼 등에서 고졸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졸자의 교육투자비 회수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과 고졸의 학력 간 임금 격차는 2000년대 들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과도한 대졸자의 배출로 수요 공급의 시장원리에 기인하며 보다 큰 이유로는 성과급제도의 도입으로 생산성과 임금과의 상관관계 때문으로 생각된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대졸자는 고소득 직종에 쉽게 진입하고 퇴직까지 고임금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능력에 따른 임금 책정의 합리적 분위기 확산으로 학력 간 임금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드는 교육비는 급증했다. 공교육비는 1995~2011년까지 연평균 6%씩 증가했고 대학등록금은 약 3배로 늘어났다.

노동시장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2년 하반기에 직원 채용 계획을 수립했던 기업 2곳 중 1곳은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정부에서도 2016년까지 공공기관 신규 채용의 40%를 고졸로 채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장 올해부터 20% 이상을 고졸로 뽑고 그 비율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자신의 능력과 필요에 의한 대학 진학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력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양되지 않을까 한다. 선진국은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거의 없어지고 불평등한 사회적 인식이 사라지면서 대학은 꼭 필요한 사람만 가는 풍토가 정착돼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능력과 적성, 잠재력,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은 무모한 대학진학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따라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각자의 능력이나 적성을 살리고 잠재력을 찾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현명하고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학력에 대한 선입견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물론 기업 등이 앞장서서 학력이 아닌 능력에 따른 인사 풍토를 확립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갖춰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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