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거기에 왜 가는가?
산, 거기에 왜 가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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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벌써 4년째 필자는 히말라야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 평균적으로 열흘 정도인데 히말라야 고봉의 밑자락을 돌고 온다. 해발 4000m 정도로 8~9일 동안 내내 걷는 재미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해발 3000m를 넘어 나타나는 만년설과 빙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이국적 산의 모습에 더해 자연의 신비감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산이 거기에 있어 간다는 세계적 등반가 조지 말로리의 말처럼 산은 언제나 거기에, 그 자리에 있다.

수년 간 히말라야 언저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 한국인이 가장 많다. 필자가 보기엔 히말라야 산을 거니는 사람들의 거의 80%를 넘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독일인, 일본인, 이탈리아인, 프랑스인들이 많은 것 같다. 산길에서 마주치면 묻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답을 분석해 보니 그렇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산을 좋아하는가. 당연히 산과 가까이 지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는 국토의 65%를 산이 차지하고 있고, 어느 곳을 가나 산이 보이거나 산자락에 붙어살고 있다. 따라서 도시라고 하여도 산이 중심에 있거나 가장자리를 에두르고 있다. 그렇다보니 산은 마음의 고향이고 친근한 벗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산보다 더 높은 산을 오르고 싶은 사람들이 히말라야 일대를 돈다. 히말라야에서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 ‘나마스떼(네팔어로 감사합니다란 뜻)’라고 인사를 나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듯 말이다. 필자는 곰곰 그 인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감사합니다. 산에 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게 해 주어 산에게도 감사하고 산에서 만난 사람에게도 감사하다는 뜻도 들어 있는 것 같고, 산이 우리에게 느끼게 해 주는 자연의 혜택 그리고 행복감들에 감사하다는 뜻도 들어 있는 것 같다. 물론 거기엔 또 다른 감사의 의미도 들어 있을 것이다. 필자는 히말라야 일대를 돌면서 그 감사의 의미를 또 한 번 되새겨보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은 국내의 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에게 감사한다.

산에 있는 나무는 제 멋대로 자라는 것 같지만 다 성장한 뒤에는 완벽에 가까운 균형 잡힌 몸매를 이룬다. 산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늘 그런 느낌을 받는다. 봄이면 제가 새로이 피워 낼 이파리만 틔우고 제 갈 곳까지만 가지를 뻗고 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하게 꽃을 벌리고, 제 몸이 견딜 수 있을 것만 안고 겨울을 난다. 그때 떨궈 낸 가지들 이파리들, 그것들은 흙과 그 흙을 모태로 하는 미생물들, 그 흙 위에서 생존을 거듭하는 수많은 초목들, 그 초목에 보금자리를 틀고 사는 새들, 동물들, 그 모두로 하여 완벽한 자연을 연출한다.

사람도 나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난 것 같으면 그 모를 잘라 낼 줄 알아야 하고 덜 되었으면 더 되도록 키우고 배우고 깨닫고. 나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제가 떨궈 낸 가지, 이파리로 새들은 요긴하게 둥우리를 만들고. 또 나무는 스스로 쓸모없는 가지나 이파리를 떨쳐 내니. 그래서 숲이 조화롭지 않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딘가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흠잡을 데 없이 조화로운, 그것이 숲의 모습이고, 그것이 숲을 키워내는 산의 모습인 것이다.

사람들이 평화를 원한다면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교향곡을 우려내는 숲, 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내 몸을 버려 다른 생물과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그래서 영원한 자연과의 공존을 배워 가는 것 말이다. 건강 지키기, 시간 유용하게 보내기, 사색하기, 마음자리 넓히기, 가족이나 동료와 유대관계 넓히기, 대자연의 품에 들어 호연지기 하기, 침묵하기 등 산에서는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들의 근간에는 긍정적 효과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산이란 아름다운 대자연의 장소를 떠나 마음의 고향이요, 육체적 건강을 키우는 본향인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인들이 히말라야와 같이 높은 산을 애써 찾는지 모른다. 그만큼 산을 좋아하는 민족이요, 산을 사랑하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겠는가. 산을 통해 미래를 창조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박 당선인에게 그 아버지의 치적 중 국민 모두가 칭송하는 것이 바로 치산, 산림녹화였고, 산림부국의 길을 가려고 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이 산이고, 산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자연스레 가지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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