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살리기
진주의료원 살리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2.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올 겨울은 눈과 비가 많이 와 진주에서 보기 힘든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여느 해보다 더 많은 추위를 느끼는 것 같다.

현 진주의료원 원장이 중도사퇴를 하였고, 이는 전임 원장 이후로 연속 두 번째이다. 지방언론에 의하면 진주의료원의 부채는 4년 전 신축 이전과 함께 첨단 고가 의료장비를 대거 구입하면서 비롯되었고,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진주의료원의 책임도 있지만 경남도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

병상 가동률이 90%대까지 오를 만큼 모두가 노력했지만 5억 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마당에 총부채가 무려 286억 원에 이르며 현 체제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당기 순손실이 56억 원을 기록했고, 만성적자는 장기환자의 입원 비율이 높은 것도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신포괄수가제 시범운영 병원으로 지정돼 경영상황이 더 취약해졌다고 한다.

전국에 34개 의료원이 있지만 지난해에 흑자 경영은 5곳뿐이라 한다. 직원의 임금을 줄 수 없는 현 상태로는 누가 원장이 되어도 흑자로 돌릴 수 없는 실정이다. 정상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서 지금부터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까지 가버린 것 같다.

원장 개인에게 맡겨서 해결될 일은 아니고 경남도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일 수밖에 없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부산의료원이 현 위치로 크게 지어 옮길 때 부산시와 부산대학병원이 어떻게 시작했는지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 흑·적자의 폭도 커질 수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되고 이전의 작은 병원이 큰 병원으로 전환될 때 같은 방법으로 운영해서는 적자일 수밖에 없다.

의료원 현대화 정책에 의해서 전국 모든 의료원의 규모만 키우려 한다면 모든 의료원이 힘들 수 있다. 현재의 의료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고 정부예산만 낭비하는 과오를 범할까 심히 염려스럽다. 책임경영을 개인에게 맡겨보고 안되면 사퇴하면 그만이지만 잘 갖춰진 조직에게 맡기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총부채 286억 원을 시작으로 보고 이를 갚아 나가는 액수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면 위·수탁하는 조직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이를 개인수당뿐만이 아닌 학생 장학금이나 학교 도서관에 기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5억 원씩 갚아 나갈 때 500만원 정도의 기부를 약속한다면 위·수탁을 받은 조직원들도 이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참여하려는 동기 의식을 가질 것이다.

새로운 원장은 예를 들어 안과를 개설하려면 새로운 안과 의사를 구하기는 힘들고 월급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대학병원 안과 교실과 협약을 맺어 일주일에 며칠을 외래진료를 보고 수술을 주말에 하는 계약을 맺어 수입에 대한 교실지원을 약속하면 서로가 상생할 것이다. 물론 수입이 없으면 지원은 당연히 없는 방식으로 공사장에서 말하는 돈내기 방식으로 일한 만큼만 지원하는 방식이면 적자는 날 수 없다. 통상 의사는 급여의 최소한 5배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켜야 적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진주의료원을 살리려면 경남도지사, 경상대학교 총장, 경상대학교병원장, 경남도의회의 지혜가 합쳐져야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미 부산의료원에서 이뤄졌던 일로 좋은 모델를 연구하여 따라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공 의료기관은 수입만을 강조해서는 안되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경남도에서도 늘려 나가야 질 좋은 병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이 흑자를 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장비와 시설을 위한 재투자가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유이며, 적자는 선순환보다 악순환을 초래하여 정체되는 병원이 되어 환자에게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의료진이나 직원이 다 떠나고 나면 진주의료원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급선무일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