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 징검다리' 프로그램
'633 징검다리' 프로그램
  • 경남일보
  • 승인 201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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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하동 악양초교 교사, 시인)
신학기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시기인 2월은 촉촉한 비와 함께 차분하게 시작되었다. 찬비에 말갛게 얼굴을 씻고 곧이어 꽃망울을 터트릴 매화꽃 무리가 개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았다. 방학 중 다소 나태해진 아이들이 등굣길 여기저기서 방긋거린다. 방학을 절실히 원하다가도 금세 학교생활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다. 갑자기 교실 안은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로 싱그러운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6학년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침체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스마트폰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제법 덩치가 커진 아이들을 다루는 일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졸업할 때가 되니 선생님 말도 듣지 않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 보인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633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633 징검다리’란 초등학생은 6학년을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하는 징검다리 시기, 중·고등학생은 3학년 기말고사를 끝내고 졸업을 앞둔 시기를 일컫는다. 이 시기에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살아 있는 학습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학생지도의 극대화 및 산만한 학생들의 특별 면학 지도방법 개선을 목적으로 두자는 취지이다. 특히 중3 학생들의 경우 중간고사를 끝으로 내신과 출결, 봉사점수 등이 모두 결정된 데다 기말고사도 앞당겨 치른 상황이어서 그들에게 주어진 무려 4개월 동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춘기 절정에 달하고 있는 중3 학생들의 탈선과 비행이 우려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 시기만 되면 청소년 절도사건이 크게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고 보면 결코 그냥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중학교 3학년들을 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바로 ‘633 징검다리’ 전환기 교육과정인 것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의 흥미와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학생 중심의 활동을 강화하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 교과담임은 주당 시수에 준하여 교과 진도내용 또는 통합교과 학습내용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무척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도 한계가 있다. ‘633 징검다리’라는 프로그램을 모르는 학생·학부모들이 많고, 아이들을 공부로부터 너무 방치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도 많아 학교에서도 여유롭게 체험학습을 할 수 없는 것이 작금 우리들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필자는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서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의 어린시절엔 ‘고전읽기’ 프로그램으로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서 고전을 읽고 외운 뒤 시험을 치르기도 했었다. 무조건 외우는 교육방식이 좋은 건 아니지만 현재의 아이들을 보며 뭔가 이 시기를 이용하여 아이들을 좀 더 강하게 붙잡을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을 투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독서력이야말로 어려운 단계의 공부를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원천이 되는 것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상급학교의 국어과 교육과정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읽고 입학을 하게 하는 독서인증제라든지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졸업을 할 수 있는 법안이라도 마련하자는 무리한 요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최숙향·하동악양초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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