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2013]기부문화에서 희망을 찾다<4>
[희망2013]기부문화에서 희망을 찾다<4>
  • 정원경
  • 승인 201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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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로 피어난 다섯손가락의 화음
▲플룻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서소영씨가 진주시기독육아원에서 원생들에게 플룻을 지도 하고 있다.오태인기자
 
올 겨울은 매서운 한파와 폭설로 몸도 마음도 꽁꽁 여미게 했다. 하지만 이런 추위에도 곳곳에 음악으로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재능기부’가 하나의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요양원, 육아원, 아동센터 등에 아름다운 소리로 지친이의 마음을 치료하는 서소영(44)씨도 그런 사람이다.

지난 1일 진주시 평거동에 위치한 진주기독육아원에서 고운 플루트 소리가 흘러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긴 생머리의 서소영 씨가 5명의 학생들과 함께 은빛의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었다.

“진석(가명)아 다시 한번 해 보자. 조금만 더 깊게 내쉬면서…”

소영씨의 말에 아이들 모두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이들은 ‘학교종이 땡땡땡’에서부터 ‘고향의 봄’, ‘등대지기’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여섯 곡들을 연주하며 뭉쳤던 손가락과 얼굴 근육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어 최근 배우고 있는 ‘개똥벌레’ 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소영씨는 아이들 개개인마다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함께 배운 곡들로 준비운동을 끝내고 개개인 수준의 곡들을 연습한다고 했다.

소영씨는 한 명씩 순서를 정해 전에 배웠던 곡들도 시켜보고 개인적으로 연습하는 곡들도 앞으로 나와 연주를 하게 한다. 친구들 앞이지만 아이들은 무대에 서는 것처럼 나가서 자기 소개와 함께 인사를 했다.

‘다섯손가락’ 팀명을 가진 이들은 소영씨와 만난 지 2년 반이 되어간다고 했다. 다섯 명이라 ‘다섯손가락’이라 불리는 점도 있지만 다섯 손가락을 펴면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라고 소영씨가 설명했다.

14살 진석 (가명)군은 “플루트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진주기독육아원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이 소영 선생님이 주신 플루트로 평소에 개인적으로 연습하며 토요일을 기다린다”며 “플루트를 하는 친구들이 이 시간을 많이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소영씨는 사비로 자신이 봉사활동을 다니는 곳에 지금까지 20대의 플루트를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진지해져 갔고 연습에 열중했다. 오늘 할 진도를 끝낸 아이들은 소영씨에게 자신이 연습한 데까지 실수없이 무사히 연주를 선보였다. 그러던 중 아이들과 꽤나 사이가 좋아보이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소영씨에게 물으니 자신의 남편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자랑했다. 소영씨의 남편인 유동철(45)씨는 주말이면 소영씨와 봉사활동을 다니며 고장난 플루트를 고쳐주고 짐들도 들어주며 그녀의 일손을 거들었다. 이어 뒷 자리에서 수업을 지켜보며 소영씨를 돕고 있다는 이경연(32·초등교사) 씨도 자신이 운영하던 음악학원에서 만나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게 됐다며 경연씨에 대한 칭찬을 그칠 줄 몰랐다.

이들은 진주 기독육아원을 비롯해 하대동 아동센터, 거창나름센터, 사천곤양아동센터에 들러 주말과 틈나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플루트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 부부와 경연씨는 주말과 휴가가 없다.

“휴가를 가는 것보다 이 일이 재미있고 아이들과 약속이니까 지켜야 한다”고 소영씨와 그의 남편인 유동철씨가 마주보며 웃었다.

그녀가 재능기부를 시작한 지도 5년이 다 되었다. 고등학교 은사님의 도움으로 꿈을 향해 앞으로 나가게 된 그가 도움을 받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하면서 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봉사활동 할 곳을 직접 찾아 나섰다. 초전동 주민센터를 비롯해 교회 등의 문을 두드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했다. 그의 소식을 들은 지인들과 여러 사람들의 소개로 그의 재능을 기부할 영역을 넓혀 갔다고 했다. 그의 재능을 기부할 영역이 넓어진 만큼 그의 제자들도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또 다른 이를 위한 봉사활동을 나서 뜻을 함께 했다. 그녀가 ‘쓰리아’, ‘한빛봉사’라고 이름 붙인 봉사팀들도 요양원과 병원 등에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며 지친이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소영씨는 “저소득층의 아동센터에 방문해 플루트를 가르쳐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행복, 즐거움 선물하고 싶은게 가장 큰 소망”이라며 “앞으로도 음악으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치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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