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계에 한국 행정학자가 있는가?
한국 학계에 한국 행정학자가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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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한국의 행정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 중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다.(2012년 신임교수 임용현황을 보면 사회분야에서 외국박사 51.3% 중 38.2%가 미국박사 출신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간판(?)을 달 수 없고, 심지어 신임교수 채용에 있어 ‘영어강의 가능자’를 지원자격 요건으로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지식의 과도한 미국 의존도는 한국행정에 대한 폄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 무능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는 한국행정학 연구와 교육이 한국의 행정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현실을 말하는 행정학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행정학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 않을 뿐더러 행정학 연구 및 교육의 초점에 사실상 ‘한국행정’이란 것이 없다. 따라서 한국의 행정학자들은 한국의 행정문제에 대한 진정한 전문가로 자처하기 힘든 것이다.

우리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국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주객전도이다. 항상 미국의 행정이론과 기준으로 한국행정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를 푸는 데 오히려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미국적 사고와 미국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학자들의 미국 의존 중심경향은 미국 행정학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일군의 행정학 교수요원들이 미국에 유학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광복 이후 우리나라에 원조를 해오던 미국이 한국의 경제 및 사회발전을 위해 한국정부의 행정 합리화와 업무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인식해 행정기술 원조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것이다.

이후 약 5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행정학계에는 미국 행정학과 미국 행정학자들만이 대세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이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만 따면 모든 것을 인증 받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단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으면 연구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든지, 교육역량이 남다를 것이라든지 하는 그릇된 허영심이 발로되는 것이다. 요즘 거리에 영어로 쓴 간판들이 많다. 그런데 영어로 된 간판이 한글간판보다 오히려 더 세련되고 품격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단순비교이지만, 과거 신라시대 당나라 유학을 다녀온 의상대사와 다녀오지 않은 원효대사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학문적 사대주의에 의한 식민지적 근성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국내 학회에 학술논문을 제출하면 그저 그렇게 평가하고, 국제학술지인 SCI나 SSCI에 논문을 제출하면 아주 훌륭한 것으로 대서특필되는 사회가 현재의 한국사회이다. 보편적인 지식과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는 지식이 주류가 되는 사회는 자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지 못한다. 우리의 지식풍토가 이대로 좋은지 대대적인 검증과 성찰이 필요하다.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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