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선생, 현미를 재발견하다
현미선생, 현미를 재발견하다
  • 강진성
  • 승인 2013.0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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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희망을 찾다] 이수삼 우리네식품 대표
하동군 옥종면 유기농밸리에 자리잡은 우리네식품에서 만드는 현미강정은 많이 달지 않고 딱딱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부드럽고 달달한 강정과 비교하면 첫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하나를 먹고 나면 뭔가 아쉬워 손이 또 강정으로 간다. 하나를 더 입에 넣자 여러가지 맛이 전달돼 온다.

하동 유기농밸리에서 키운 친환경 현미, 찰현미, 흑향미, 우리밀이 주 재료다. 여기에 국산 땅콩과 깨가 들어가 고소함을 더한다. 세번째 강정을 입에 물자 비로소 구수한 옛맛이 느껴진다. 현미라서 딱딱했던 단점은 오히려 바삭거림이라는 장점으로 되살아난다. 은근한 단맛은 현미조청 때문이다. 설탕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당도가 낮아 쉽게 물리지 않는다. 그래서 현미강정은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이수삼(62) 우리네식품 대표는 ‘현미선생’으로 통한다. 30년 전부터 현미 매력에 빠져 현미를 먹어 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현미를 권하고 현미 연구에 매달렸다. 그렇게 10여년 전부터 현미 가공품을 만들게 됐다. 원칙은 있다. 친환경 재배한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것이다.

설 대목을 앞두고 납품량을 맞추느라 온 가족이 강정 만들기에 매달렸다. 이 대표가 만든 강정은 유기농 전문매장인 ‘한살림’에 납품된다. 명절 한정 생산품인 현미강정 외에도 현미조청, 오곡현미죽 등을 생산한다.

현미가 몸에 좋은 것은 많이 알려진 일. 그래도 이 대표의 현미사랑은 남다르다. 10년 전부터는 현미먹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쌀 껍질에 좋은 영양분이 다 있는데 그걸 깎아먹고 있어요. 편한 입맛에 길들여진 반면 영양은 생각하지 않고 있죠.”

이 대표는 우리 조상들이 먹던 전통방식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미 예찬론은 백미 혐오론으로 이야기가 번졌다. “ 일제 강점기 때 도정기술이 들어왔어요. 백미는 부드럽고 살살 녹으니 금방 퍼져 나갔죠. 그길로 우리 현미문화는 사라졌어요. 이것은 일제가 우리에게 남긴 큰 죄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자신의 실험을 소개하며 현미사랑을 이어갔다. “현미와 백미를 집 구석구석 같은 자리에 놓고 동물실험을 했어요. 쥐나 까마귀도 현미부터 먹습니다.”

현미사랑은 여러 제품을 탄생시켰다. 주위 사람들이 현미를 먹지 않는 이유로 까다로운 밥하기, 먹기 힘들다는 이유가 많았다. 이 대표는 쉽게 먹을 수 있는 현미식을 연구한 결과 ‘오곡현미죽’을 탄생시켰다. 씨리얼 같은 현미 알갱이에 뜨거운 물만 붓기만 하면 죽이 된다.

3년이 넘는 개발 끝에 완성한 초단기 즉석죽 제조방법은 그가 특허를 받은 기술이다. 이 대표만 가지고 있는 기술이다 보니 기계 역시 주문제작했다. “현미를 직접 해 먹는게 제일 좋습니다. 현미죽은 차선책으로 만든겁니다.” 이렇게 개발한 현미죽은 아침식사대용이나 이유식, 환자식으로 인기가 많다.

마산 출신인 이 대표는 1997년 하동으로 귀농했다. 젊은 시절 다국적 해운회사에 근무하면서 해외생활을 오래한 그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관심은 80년대 초 배달녹색연합 마창진 사무국장일로 이어졌다. 90년대 초엔 전국적으로 불었던 우리밀 운동에도 나섰다. 이후 친환경 세제 납품사업을 하던 그는 잦은 술 접대에 지쳐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친환경을 외쳐만 왔지 농사라곤 생판 하지 않다 보니 정착에도 순탄치 않았다. 마을주민에게 앞으로 우리 농업이 살기 위해 친환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가 퇴짜만 받았다. 우리밀 농사를 짓던 그는 홀로 우리 통밀가루를 만든 것이 농산물 가공의 시작이었다. 단순가공 역시 소득이 좋지 않아 직접 우리 통밀빵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 있던 현미에도 손을 댔다. 현미크래커와 현미팥빵으로 시작한 현미 가공식품은 결국 현미강정으로 이어졌다. 강정에 들어갈 조청을 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현미조청도 만들었다. 이 대표의 조청은 친환경식품으로 인증받아 전국 학교급식에 납품되고 있다.

식품가공은 절차가 까다로워 농민들이 하기에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까다로워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대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가공이 까다롭다고 피해서는 안됩니다. 농촌이 잘살기 위해서는 생산과 가공이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가 되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됩니다.”

이 대표는 농가가 윈윈(win-win)하기 위해서 농촌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4년 전 만든 ‘지리산 착한농부 영농조합’ 역시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친환경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확대 기반조성과 연구를 12농가가 함께해 나가고 있다.

현미선생 이수삼 대표는 어려운 농업현실에 돌파구가 있다고 믿는다. “지자체가 식량생산과 가공을 함께 고민하는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외 어려운 환경에서 이겨내고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현미 문의는 ‘지리산 착한농부 홈페이지’(www.goodfarmer.kr)나 전화(055-883-8124)로 하면 된다.

강진성기자

지리산착한농부제품
하동군 옥종면 유기농밸리에 위치한 우리네식품은 전량 이 지역에서 친환경 재배된 현미로 현미강정, 오곡현미죽, 현미조청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수삼대표
하동군 옥종면 유기농밸리에 위치한 이수삼 우리네식품 대표가 친환경 현미와 현미조청을 버무려 강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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