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上)
[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上)
  • 정영효
  • 승인 2013.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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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물은 보여도 나가는 물은 안보인다"
경남에는 천기(天氣)가 서린 지역이 많다. 천기가 서린 지역에는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대거 배출된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도내에 산재해 있는 천기 지역들을 찾아 ‘천기 엿보기’를 해보고 한다./편집자 주

[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아직까지 이 마을에서의 재물 기운은 계속되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의 기세가 물길에 의해 합쳐지면 지금보다 더 큰 세계적인 부자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도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다. 부자 기운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만석꾼·천석꾼부터 근·현대에 들어서는 수많은 재벌들을 배출한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상동마을과 하동마을. 이 마을은 LG그룹과 GS그룹을 일군 능성 구씨(綾城 具氏)와 김해 허씨(金海 許氏) 문중의 집성촌이다. 구씨는 상동마을에서, 허씨는 하동마을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풍수 명당 중에 돈이 모이는 명당이다. 한국경제사에 큰 획을 그은 국부들이 탄생한 마을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풍수지리학자들이 다녀간 곳이며, 풍수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도 한 번쯤은 이곳을 둘러보는 필수코스다. 임산부들은 물론 보통 사람들도 부자 기운을 쐬기 위해 자주 찾아들곤 한다.

진주 승산리 마을의 첫 초입부터가 심상찮았다. 남해고속도로 지수 IC를 빠져 나와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에는 늦겨울의 추위 기운이 여전했으나 내리쬐는 따사로움은 마음을 아늑하게 했다.

이곳의 대표적 집안이 GS그룹의 허씨와 LG그룹의 구씨 일가다. 취재차 미리 선약을 했던 허성태씨를 만나기 위해 지수면사무소를 찾았다. ‘빨아들이는 기운’ 덕택인지 쉽게 찾았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전체가 산세가 빙 둘러싸여 있다. 누가 보아도 명당의 기운이 흐르는 것 같다.

◇부자 기운을 가진 풍수지리

진주시 지수면사무소에서 만난 허성태씨는 “여기는요, 들어오는 물은 보여도 나가는 물은 보이지 않는다오”라며 도인 같은 첫마디를 내던졌다. 의아해하자 “대부분 물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나 여기선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물이 마을로 들어오기만 하지 빠져 나가지 않으니 저절로 재물이 모일 수밖에…”라고 되뇌인다. 즉 물은 곧 재물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상 승산리 일대는 방어산을 진산으로 빙 둘러 쳐진 산세가 좌청룡 우백호 형세를 이루며 부(富)의 기운을 감싸 안고 있는 지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지세 분석은 이곳을 찾은 대다수 풍수지리학자들이 내놓고 있다.

허씨는 “마을에서 방어산의 산세을 보면 큰 새(‘큰 봉황’ 혹은 ‘큰 매’라고도 함)가 날개를 펴고 마을로 내려오는 형세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산세를 갖고 있으니 재물이 들어올 수 밖에…”라며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재물 명당이라고 자랑한다.

동양학자 청운(靑雲) 선생은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일대를 “동네의 전체 지세가 방어산(防禦山)에서 내려온 맥이 한 바퀴 돌아서 터를 이루고, 그 맥이 다시 출발지인 방어산을 쳐다보는 형국이다. 이른바 풍수에서 말하는 회룡고조(回龍顧祖)형이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맥의 기운이 뭉쳐 있고 재물로 명당이다. 돈이 모이는 터라는 주장이다.

범봉거사는 지수면 승산리를 정면에서 볼 때 앞산이 둥근 ‘둥근 반달형의 금(金) 체국’을 하고 있으며, 어찌 보면 ‘밥그릇에 밥을 소복히 차려 놓은 모양’으로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방어산에서 내려온 지맥들이 달걀모양으로 타원형을 그리며 동네를 조용히 감싸 안고 있는, 마치 알을 부화하는 ‘새의 둥지’처럼 보이는 마을 형태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을 뒤는 ‘일자문성형의 토(土) 체형’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풍수적으로 봉우리가 산소 앞이나 동네 뒤를 지키고 있는 ‘일자문성형의 토(土) 체형’과 마을 앞산이 둥근 ‘둥근 반달형의 금(金) 체국’은 후덕한 대인의 기풍과 대대로 부자가 나온다고 한다. 지수면 승산리는 풍부한 수량을 가진 물이 남쪽에서 흘러 와 동네를 반월형으로 감싸 안으면서 돌아 다시 북쪽으로 흘러 남강으로 빠져 나간다. 특히 물이 남강과 합류하며 빠져 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수면 승산리는 여러 곳의 시내물이나 작은 하천물이 모여 드는 위치에 있고, 물이 빠져 나가는 길이 없는 풍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즉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물이 계속 불어나듯이, 이 터에서는 재산이 계속 늘어남을 의미한다. 승산리에서는 마을 뒷산인 구슬봉이 재산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생가 터에 대해 풍수풀이를 한 김혁규씨에 따르면 “집터를 고르려면 이곳(LG 창업주 생가)을 치밀하게 살펴 닮은 곳만 찾아도 소부(小富)는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수구가 사대국(목·화·금·수) 포태법으로 왕(旺) 방향에 떨어져 금국으로 금생수(金生水)가 된다. 뜻밖의 귀인이 나타나 나를 도와주는 길격이다. 토형체의 뒷산은 뚜렷한 어병(御屛·임금 뒤에 쳐진 병풍)으로 하전(下殿·대궐 지붕)처럼 둘러져 있다. 거기에다 집 마당에서 바로 보이는 눈썹 같은 아미산은 금반(金盤·금소반)형 옥매안산(玉妹案山·옥쟁반을 든 자매)으로 빈틈없는 국세이다”고 말한다.

이 근처 두 문중(허씨와 구씨) 생가 모두가 근소한 차등은 있지만 같은 좌향의 동일한 산세여서 집단적인 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허준구 GS그룹 창업주 생가 터를 비롯한 김해 허씨 종가 터 등도 물길이 모아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산세·지세가 허씨와 구씨 가풍

이같은 지세는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할 때(2005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이곳에 살고 있는 허씨와 구씨 일가들의 전언이다. 구씨와 허씨 간에 엄청난 재산다툼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잡음 없이 순조롭게 분할될 수 있었던 것은 LG와 GS그룹의 터전인 승산리의 지세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LG 가문의 구씨 집안과 GS 가문의 허씨 집안은 선조들이 승산리에 입향(入鄕)할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삼가고, 늘 없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모든 사람들을 후덕하게 대하는 가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지세의 영향이라는 게 지론이다. LG와 GS그룹 분리의 모범적인 사례는 수백년 동안 허씨와 구씨 문중 자손 대대로 불평을 표현하는 것을 삼가고, 서로 오랜 세월동안 의좋게 지낸 성품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을의 후덕한 산천의 정기 때문이다.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을 만들지 마라”는 유훈도 마을 지세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대다수 농촌마을들이 그렇듯이 현대화 추세에 구씨 집성촌인 상동마을과 허씨 집성촌인 하동마을도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다.

허성태씨는 “여기가 부자 명당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농사만 지어서는 살 수가 없으니까 고향을 떠나는 것이 아니겠소”라며 마을 세(勢)가 줄어들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구자민씨도 “구씨 집성촌인 상동마을은 한때 30 여가구가 넘는 구씨들이 세를 이루며 번창했으나 지금은 채 10가구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정영효·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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