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에 주머니가 없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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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경상남도교육청 장학관)
사람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피부색이 다르며 언어가 구별되고 모여 생활한다. 참으로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 누구나 죽음에는 심장이 멈추는 것인데 장례 풍속은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수의(壽衣)에는 왜 주머니가 없을까.

프랑스는 사람이 죽으면 묘지 크기는 사방 2m 이내로 한정되며 이승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사람, 부자, 직업 등에 관계없이 같은 규격이다. 이는 저승길에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례 방식도 특이하다. 가족장의 경우 지하에서 차곡차곡 묻히게 된다. 만약 남편이 먼저 부인이 뒤에 죽으면 남편 위에 매장되고 반면에 스페인의 가족장은 지상에서 죽는 순서대로 안치되어 마치 아파트형이 된다. 이는 남미의 장례 풍습과 닮았다.

유럽에는 성당 바닥에 묻히는 것을 죽어 귀하게 대우받는 것으로 여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통로 바닥에 묘지명을 새겼는데 그 위를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길목을 더 명당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이는 보는 횟수가 많을수록 추념의 정이 오래간다는 정서에 기인하는가 보다.

사후 일정기간 업적의 검증을 거쳐 유지 또는 이장을 한다. 이 평가는 살아 생전 몸을 낮추고 두루 봉사하는 효과가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인에 대해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렇지? 죽은 자는 경쟁대상이 될 수 없어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인가.

인간이 태어나서 배내옷, 살아서 의복, 저승길에 수의를 입는다. 의복에는 주머니가 많다. 귀중품일수록 신체 가까이 보관하려는 심리에 안쪽 주머니일수록 소중한 것을 넣고 겉주머니에 잃어도 덜 속상하는 소지품으로 채우게 된다. 우리는 실로 많은 주머니를 달고 산다. 한번쯤 차표를 어느 주머니에 넣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허둥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배내옷과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왜 없을까? 주머니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욕망, 욕심이라는 뭉치라 반납하고 홀가분한 복장이 제격이리라.

선인들은 후손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악착같이 농토를 장만하였고 재물을 모았다. 과연 풍족한 유산은 자녀 인생에 동기유발이 될 수 있을까. 더욱이 이제는 의식주에 매달리는 시대가 아니다. 배고픈 자녀에게 물고기 보다 그물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기는 당장 허기를 면할 수 있지만 그물의 사용법을 익혀 스스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 현명한 자녀 교육법이다.

수의에 주머니가 있다면 이승에서 가장 아끼는 것으로 채워 도굴을 유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만약 왕의 무덤에 금은보화를 매장하였다면 그 무덤이라도 온전할 수 있겠는가. 이승에서 모은 재물을 저승에 사용하지 못할 바 학교나 학생에게 돌려주어 명예로운 이름을 남김은 참으로 알짜 투자로다.

기부란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을 말한다. 학교에 도서관 건립이나 기념식수 등을 하고 기념비 앞면에 교훈이나 금언, 뒷면에 기증자의 이름, 붙임판의 경우는 본문보다 작은 크기로 새기는 아낌없는 기부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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