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뒷담화에 담긴 민심을 읽어라
명절 뒷담화에 담긴 민심을 읽어라
  • 이웅재
  • 승인 2013.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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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취재2부 차장)
이번 명절 고향을 찾은 이들의 한결 같은 말이 “우리 고향은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공단 조성해서 기업체 들어왔는데 살림살이 나아졌니…, 공무원 외에 제대로 된 직장이 뭐가 있어…, 뭐해서 먹고살래…, 자식들은 어찌 키울래… ”. 이들이 남긴 한마디 한마디에는 고향이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건만 우린 그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보내고 만다. 사천시 인사가 그러한 것 같다.

사천시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사천시 인사는 큰 사유가 없는 한 1월말쯤 직위공모하고 2월께는 승진과 전보 등 정기인사가 단행될 예정이었다. 한데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설날을 넘겨 버렸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관료조직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특정 인사를 배려한 냄새가 난다는 정도….

흔히들 ‘인사를 만사’라고 쉽게 말한다. 조직을 통솔하는 인사권자는 인사를 통해서 조직원을 다잡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한다. 특히 시민의 삶과 직결된 시정을 펼치는 일선 자치단체장은 청렴하고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발탁하는 도구로서 인사 이상의 수단이 없다. 단체장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겨 시민들의 피부에 닿게 만드는 성과를 올리는 인재를 인사를 통해 발탁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인사가 만사’란 불변의 진리가 어긋남을 종종 보게 된다. 관료조직에 익숙한 이들이 종횡으로 얽힌 그들만의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자리를 농단하며 판을 짠다. ‘일 잘하는 자에 대한 보상’ 보다는 조직 내부의 룰에 잘 적용해야 하는 인사논리가 판 치는 곳에서 인사는 더 이상 조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없게 된다.

관료조직이 어떤 조직인가. 한번 들어온 사람이면 수 십년을 함께 지내는 조직이다. 부대끼며 살다보니 내심이야 어떻던 외부에 대한 저항력만은 최강이다. 일반 사회 조직과의 관계에 있어서 대체로 갑의 우월적 지위를 누릴만큼 영향력도 크다. 업무 지식도 녹록치 않다. 이런 조직을 움직여야 하는 수장의 어려움은 능히 짐작이 간다. 개개인을 속속들이 알 수 만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다 보니 자칫 좋은게 좋다는 식의 관행적 인사에 길들여 진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들이 뽑은 단체장에게 힘들더라도 능력에 따른 공평한 인사를 주문한다. 일 잘하는 공무원이 시민에게 큰 덕이 됨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이다.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타관가구 목민지관 불가구야(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라는 말로 목민관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다른 벼슬은 욕심내 구해도 좋지만 목민관의 자리는 욕심으로 구해서는 안된다’는 격언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하늘이 맡긴 엄중한 일을 행하는 만큼 사욕을 버리라는 소리다.

사천시 인사틀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사기업에서는 직무순환제를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수단으로 운용한다. 반면 사천시는 보직 배치에 연연한 결과 장점보다는 업무단절의 부작용이 종종 나타난다. 그래도 이 제도는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다. 사무관 임용제도도 마찬가지, 6급 주사에서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 대부분이 일선 읍·면·동의 장으로 발령이 난다. 여기서 수년을 근무하고 시의회 전문위원을 거친 후 본청 근무의 기회가 주어지는 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특히, 시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업무효율은 분명히 따져봐야 할 사항이다. 6급 담당때 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사무관으로 승진한 인재를 과업이 아닌 대민총괄사무를 관장토록 자리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보자. 그리고, 사무관 승진에 있어서도 근무평점과는 별개로 사업계획서를 미리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한 부서를 총괄하는 입장에서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다 보면 스스로는 목표의식을, 사천시는 수십년을 쌓아온 개개인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탁월한 계획이 있다면 믿고 맡겨 ‘일하는 자에 대한 보상’을 실현할 수도 있다.

관행은 익숙하다는 것이다.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바뀐게 없다’는 말에는 관행을 벗어나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주문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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