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고 쓰고, '웬수'라 읽는다
'부부'라고 쓰고, '웬수'라 읽는다
  • 강민중
  • 승인 2013.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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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오늘 '당신만이' 22·23일 3·15아트센터
극단 오늘공연
극단오늘공연
평범한 경상도 부부의 삶을 통해 ‘결혼’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행복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연, 뮤직드라마 ‘당신만이’가 오는 22~23일 양일간,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극단 ‘오늘’의 공연‘당신만이’는 경상도 부부의 결혼 5년차부터 결혼 37년차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긴 세월을 ‘연인’에서 ‘웬수’ 그리고 ‘동반자’로 살아온 남편 ‘봉식’과 아내 ‘필례’를 통해 보통 부부들의 일상과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공연이다.

일 년에 치를 제사가 무려 8번, 오늘도 제사 때문에 등골이 휘는 ‘필례’는 남편 ‘봉식’을 짐꾼으로 달고 장을 보러 나섰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콩나물 값 50원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필례가 부끄럽기만 한 봉식. 콩나물 값 50원에서 시작한 부부 싸움은 제사상에 올릴 정종 병나발 사태까지 이어지고, 급기야 필례는 이혼을 선언한다.

툭하면 버럭하는 봉식과 변덕쟁이, 쌈닭본능의 경상도녀의 필례. 이 부부의 37년간 러브스토리는 과연 순탄하게 이어질까.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는 무뚝뚝하고 버럭 화도 잘 내지만 소심한 남편 봉식과 말싸움이라면 절대 지지 않는 필례를 통해 관객들에게 ‘행복한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고 매일매일 전쟁과도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시장에서 콩나물 값 50원도 아끼려는 아내와는 다르게 상의 한마디 없이 큰돈을 덜컥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가 받지 못하는 남편, 반찬 투정은 물론 가정형편은 생각도 안하고 아이 하나 더 낳자고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직한 이후 도망갔던 친구와 사업을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이런 남편의 모습에 아내 필례는 매번 불만을 한 가득 늘어놓고, 때로는 극단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멋대로 행동하면서도 아내의 잔소리와 불만을 이해하는 봉식과 ‘웬수’ 같은 남편이지만 그가 가장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어주며 희망을 놓지 않는 필례. 두 사람은 점점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변하지 않는 성격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사랑 역시 변함없이 지켜낸다.

싸우면서 정들었을 37년의 세월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목청껏 남편을 욕하고 잔소리하던 필례는 악화된 건강으로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여전히 버럭 화를 내면서도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남편이 있다.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는 한 평생 사랑을 속삭인 시간보다 말다툼으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를 대한민국 평범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부부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부부사이에서 빠질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보물처럼 소중하게 키운 딸이 장애를 가진 남자와 사랑을 하고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눈물을 쏟는 장면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명장면 중 하나.

‘사랑’에는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도 없고, ‘결혼’은 힘들다고 내팽겨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려운 현실에도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지켜나가야 비로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당연하면서도 어쩌면 우리 사회의 많은 남녀가 때로는 잊고 살아가는 진리에 대해 ‘당신만이’는 말하고 있다.

단 네 명의 배우가 벤치 하나를 놓고 펼치는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37년 세월의 모습을 잘 표현해낸 부부 역의 배우나, 다양한 역할로 극의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딸과 장애를 가진 남자로 등장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배우들 역시 특별한 소품 하나 없이 오직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극에 삽입된 추억의 가요들은 매 상황마다 절묘하게 가사가 맞아 떨어지며 박수를 자아낸다.

특히 뮤직드라마 ‘당신만이’의 가장 큰 매력은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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