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날리기
연(鳶)날리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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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어 입춘(立春)을 지나 우수(雨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쯤 되면 한겨울 강추위도 한풀 꺾이고 양지바른 곳에는 파릇하게 새싹이 돋는다. 연중 최대 명절인 설도 지나 지금 농촌 곳곳에는 농악놀이가 한창이다. 농악놀이는 대보름날까지 이어진다. 3월에 접어들면 경칩에 입춘 절기를 맞게 되고 밭 갈고 씨 뿌리는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鳶)날리기도 마찬가지이다. 대보름날 달집에 연을 태우는 풍습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강교에서 시외버스주차장 사이의 강둑은 이맘때면 연날리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뤘다. 연은 강둑에서 칠암벌까지 거침없이 날았고 연싸움이라도 벌어지면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실에 사금파리를 곱게 빻아 입히는 행사에는 동네 아이들이 동원됐다.

▶연날리기의 압권은 연싸움이다. 두 연의 연실이 얽히면 그때부터 연날리는 사람의 기교가 승패를 좌우한다. 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연실을 풀기도 하고 상대 연의 느슨한 연실을 끊기 위해 연줄을 감아올리기도 한다. 연싸움에서 진 연은 길게 연줄을 늘어뜨린 채 멀리 칠암벌까지 날아간다. 지금은 남강둑에서 연날리는 모습을 볼 수 없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옛날 같으면 한창 연을 날리는 계절이다. 대보름이 지나면 연은 날릴 수 가 없다. 일년 24절기가 어김없이 돌 듯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마련이다. 바쁜 농사철에 한가로이 연을 날릴 수는 없다. 시기를 놓치면 일년을 그르치게 된다. 다가오는 보름까지 실컷 연을 날리자. 그리고 새봄을 맞자. 남강둑에서 연날리는 풍경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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