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본 부부의 사랑
의사가 본 부부의 사랑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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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연구원 원장)
엊그제 한 신문기사에서 의사가 사망한 환자의 가족에게 쓴 편지가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들이 ‘감동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사연인즉 미국 뉴욕시 한 병원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사망하자 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의사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환자 가족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돌본 환자의 특별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의사는 “저는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항상 바쁘기도 하거니와 환자들과 개인적인 교감을 하지 않는 게 방침이기 때문에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지만, 이번엔 당신의 부인을 보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환자의 특별함이란 유방암으로 환자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항상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고, 환자의 남편과 부인이 서로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 자신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의사가 환자 남편에게 쓴 편지 구절 중에서 “당신은 부인에게 정말 헌신적이었고, 항상 부인을 세심하게 보살폈죠. 의사로서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남편이나 가족의 사랑과 헌신은 환자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는 가장 좋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인 A씨가 돌아가셔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당신 부인의 맑은 영혼과 사랑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가족들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부부간의 헌신적인 사랑에 환자를 치료했던 의사가 감동을 해서 환자 가족에게 편지를 썼고, 그 감동으로 남은 가족들이 힘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랑의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엊그제 충북 청주에서는 부부싸움 끝에 남편을 살해한 부인(45) A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A씨는 남편(51) B씨와 부부싸움을 한 뒤 누워 있는 남편을 질식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유인즉 A씨는 남편이 자신에게 폭력을 휘둘러 홧김에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부부는 양 극단의 길로 갈 수 있다. 부부간에 사랑으로 따뜻한 감동을 주는 부부와 폭력으로 물들어 파트너를 살해하는 비극까지 부르는 부부, 과연 무엇이 부부를 이토록 극명하게 바꾸는 것일까.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부부가 따뜻한 사랑으로 서로를 신뢰하며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이는 결혼한 기혼부부 모두의 과제이며 화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많은 부부들은 흔히 바쁜 일상생활 때문에 서로에게 소원해졌다고 변명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기 자녀를 둔 중년의 부부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사라질 때까지 부부간의 친밀감을 연기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늘 바쁠 것이며 그리고 생활은 늘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성립되면’이라는 이상적인 생각은 그만두고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전선이 흐를 때 무엇을 했던가. 가장 그리웠던 것은 무엇인가.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의 커피 마시기, 맑은 남강주변을 손잡고 거닐기,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강변에 함께 드러눕기 등등. 우리의 삶 속에 이러한 것들을 돌이킬 수 있다면 어떻게 창의적으로 엮어갈 것인가.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한 가지 생각을 골라 보자. 바쁜 토요일 오후에 커피타임 갖기, 일요일 오후에 인근 강변이나 주변 공원 산책하기, 저녁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장보기나 포도주 고르기 등 그런 일을 한 가지씩 하기만 하자. 부부가 침실 밖에서 함께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면적인 친밀함을 말하는 것이다.

부부사이는 친구처럼 오래 묵을수록 좋다. 우정이 깊어가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지기 때문인데 부부는 그 어떤 친구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계사년 새해가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부부의 친밀함을 점검하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서 즐거움을 누리는 건 어떨까. ‘나중에 여유가 되면…’이 아니라 지금 당장 짧은 시간의 친밀함을 나누자.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의 안부를 물으며 ‘여보, 좋은 하루!’라는 격려의 말로 부부의 친밀함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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