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하루
후회없는 하루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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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지나가고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매년 그렇듯 귀성·귀경 길을 오가는 도로는 거북이 행진을 보는 듯 느릿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동네는 다시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친가와 외가를 오가며 열심히 세배를 올렸고 지갑에는 많지는 않지만 뿌듯한 지폐 몇 장이 들어왔다. 늦은 저녁에는 졸업 후에 좀처럼 보기 힘든 친구들과 모처럼 주사를 벌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은 별 다른 약속 없이 집을 나서 생각나는 대로 동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길 담벼락은 이제 내 어깨에 걸치는 정도였고, 놀이동산 부럽지 않던 놀이터의 그네는 앉으면 끊어질까 작고 낮아졌다. 나는 어느새 옛 생각에 잠겨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렸을 땐 아무 걱정도 없었는데…’라고 말하곤 했었지만 돌이켜보니 나름의 고민들이 제법 많았던 것 같았다. 만사에 반항적이었던 사춘기에도, 처음 해보는 짝사랑과 연애에 정신을 못 차리던 고등학생 때도, 제대 날짜를 기다리며 악을 쓰고 버티던 군생활 시절에도 그리고 인생의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 지금에도. 모든 시기에는 고민이 있기 마련이었다. 문득 그러한 고민과 갈등, 일련의 사건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인즉슨 지금 내가 겪고 빠른 앞날에 경험할 일들이 먼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나는 과거에 대해 좋은 기억보다는 불행했던 기억을 오래 가지고 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의식적으로 지난 일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지내왔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난 일들을 통해서 배워야 했던, 깨달아야 했던 많은 것들을 놓친 것은 아닐까 후회스러웠다. 부끄럽고, 힘들었다고 해서 피해 왔던 그 고민들과 걱정들이 지금 내게 뼈가 되고 살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의도치 않게 보낸 감성적인 하루였지만 무언가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훗날 내가 오늘을 떠올렸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그런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마음이 후련했다. 이런 감정을 매일 느끼며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는 지금 내가 고민이 있다고 해서 과민하게 힘들어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해결이 되든 되지 않든 지난 후에 그것을 통해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고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고민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현재의 나를 만든 과거의 나를 돌이켜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언젠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추억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태경·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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