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中)
[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中)
  • 정영효
  • 승인 201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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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하동마을 '부자명당' 답게 기와집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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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중인 허만정 생가. 오태인기자
 
[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의로운 부자들이 가장 많이 탄생한 풍수 명당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勝山里) 일대. 경남에서 돈이 모이는 명당으로 그 이름이 높다. 특히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일대에서도 상동마을과 하동마을은 부자 명당 중에서도 명당 기운이 제일 강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전편에서도 서술했듯이 상동과 하동마을은 재물이 들어오기만 할뿐 빠져나가지 않는 풍수를 갖고 있다는 게 풍수지리 학자들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그래서 인지 상동과 하동마을에는 대궐 같은 기와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예로부터 큰 부자동네였음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이곳 부자 명당 기운을 가장 많이 쐰 대표적 집안이 김해 허씨(金海 許氏)와 능성 구씨(綾城 具氏) 일가다. 특히 LG그룹과 GS그룹, LS그룹, 승산그룹, 쿠쿠전자의 창업주와 주축세력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허씨와 구씨 입향

지수면 승산리에는 허씨가 먼저 입향했다. 600 여년전인 1400년대 중반인 조선 초기 무렵 허문손이 이 마을에 처음 터전을 잡으면서 허씨 집성촌을 이뤘다. 허씨는 재물 운을 타고난데다 부자 명당의 정기까지 보태져 부자로 살았다고 한다. 허씨의 선산과 집터 등이 부자 기운을 가진 명당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국부를 이룬 허씨의 종가 및 생가 터 대부분이 재물이 모이는 지세를 갖고 있다. 이 때부터 시작된 부자 기운은 GS그룹 창업주 허준구 회장의 조부인 지신정 허준 때 결실을 맺게 되고,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씨는 허씨 보다 입향이 200 여년이나 늦었다. 이 마을에 능성 구씨가 뿌리를 내린 것은 조선 중기 무렵인 1700년대로 알려지고 있다. 1710년 숙종 때에 성재공(省齋公) 구반(具槃)이 김해 허씨와 결혼해 살면서 부터이다. 구씨가 지수에 터전을 잡게 된 것은 성재공의 부친인 예곡(禮谷) 구문유(具文游)가 고령 현감으로 있으면서 여름휴가 때 과거급제 동기인 김해 부사를 만나러 말을 타고 가다가 지수에서 한밤 유숙하게 되었는데, 그날 밤 허 부잣집에서 자면서 서로 사돈 맺기로 약조함으로써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때부터 구씨와 허씨는 대대로 사돈관계를 맺으면서 가족 같은 관계를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특히 성재공의 묏자리는 下嶺南(안동이남) 일대에서는 최고 명당으로 꼽히고 있다.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국으로 여의주 3개 중 가운데에 해당하는 동그란 동산의 꼭대기에 성재공 묘 하나뿐이다.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손석우씨도 인정한 명당이다. 또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 조부인 만회공 구연호 묘소는 남해안고속도로 남강휴게소에서 방어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중턱에 있는데, 묏자리 치고는 꽤 괜찮은 명당으로 꼽히고 있다. 구씨의 부자 기운이 여기서 시작돼 LG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 때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허성태씨에 따르면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은 “기업을 하는데 있어 운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자주 말하곤 했다고 한다. 허 회장의 이같은 소회는 “사업에 있어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행운 또한 성공의 열쇠가 된다”는 의미로, 사업에 있어 지세나 부자 기운도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준·허만정 자본이 LG와 GS 모태

허씨와 구씨들이 국부가 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만석꾼 지신정 허준과 그의 둘째 아들 효주 허만정이 있다. 허준과 허만정은 독립운동의 자금을 대고, 학교를 세웠으며, 좌우익 충돌의 완충 역할을 한 의로운 부자였다. 특히 베품과 나눔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약자의 자존심까지 헤아리는 너그러움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동아일보에서는 허준과 허만정에 대해 “생활비만 제하고 나머지 재산을 전부 공익사업에 쓰고 있어 재산가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고 한다. 허준과 허만정의 재물은 오늘날의 GS와 LG그룹 등 구씨와 허씨가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축에 들어가는 대기업 자본금의 모태가 됐다. 특히 허만정의 아들들은 기업가로서 성공하면서,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축이 되고 있다. 또 허만정은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에 대한 재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LG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허만정은 사람을 알아 보는 혜안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재종(6촌) 허만식의 사위였던 구인회의 사업역량을 알고, LG의 구인회가 1947년에 락회화학공업사를 창업할 당시 셋째 아들 허준구(일찍 작고한 동생 허만옥의 양자로 보내짐)에게 자본을 투자하게 했다. 이 혜안이 GS그룹(허씨)과 LG그룹(구씨)을 이루게 했다.

예로부터 승산리에서 허씨는 재(財)가 성하고, 구씨는 학(學)이 세어 벼슬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다. 허만정은 자손들에게 “경영은 구씨 집안이 알아서 잘한다. 처신을 잘해서 돕는 일에만 충실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가르침이 락희 창업 이래 6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구씨와 허씨가 잘 지낼 수 있게 한 비결이 아니었는가 싶다.

◇상동과 하동마을 출생 국부들

이곳 출신 국부들은 허씨와 구씨들이다. LG와 GS그룹 구성원들이 주축이다. LG와 GS 그룹 이외에도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을 운영하고 있는 구씨와 허씨 CEO도 많다.

허씨 출신 CEO 중에는 허만정의 아들들이 단연 돋보인다. 허만정은 8명의 아들을 두었고, 이들 모두 경제인으로 크게 성공했다. 첫째 아들인 허정구는 삼양통상 회장, 둘째인 허학구는 새로닉스 회장, 셋째인 허준구는 GS그룹 창업주이자 회장, 넷째 허신구는 GS리테일 회장, 다섯째 허완구는 승산 회장, 여섯째 허승효는 알토 회장, 일곱째 허승표는 피플웍스 회장, 여덟째 허승조는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을 각각 맡아 기업을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중이다. 허씨 형제 대부분이 LG와 인연을 맺고 있는데 반해 첫째 허정구는 삼성 이병철과 효성 조홍제 회장과 인연이 깊다. 허정구는 삼성 이병철, 효성 조홍제와 함께 삼성을 시작할 때에 동업을 했는데, 세 사람이 모였다고 해서 ‘삼성’이라고 지었다는 것. 이병철은 사장, 조홍제는 부사장, 허정구는 전무를 맡았다. 허정구의 아들인 허남각(삼양통상 회장)·허동수(GS칼텍스정유 회장)·허광수(삼양인터네셔널 회장)과 허학구의 아들 허전수(새로닉스 회장), 허준구의 아들 허창수(GS그룹 회장)·허정수(GS네오텍 회장) 등도 지수면 승산리에서 출생했다.

구씨 출신 CEO는 구인회 LG 창업주 형제들과 그 아들들이 주축을 이룬다. 경영을 전면에서 주도했던 구씨 일가는 허씨 일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영에 나섰다.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그의 직계들은 LG그룹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 창업주는 그룹을 일구는 과정에 5명의 동생들도 참여했다. 그 중 경영에 직접적으로 크게 참여한 형제는 태회(셋째 동생·LS전선 명예회장)·평회(넷째 동생·E1 명예회장)·두회(다섯째 동생·예스코 명예회장) 등 ‘태평두 일가’다. 이들 일가는 LS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구 창업주는 물론 아들 구자경(LG 명예회장)·손자 구본무(LG 회장)과 구태회의 아들 구자홍(전 LS 회장)·구자엽(LS전선 회장), 구평회의 아들 구자열(LS 회장) 등은 진주 승산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구자신 쿠쿠전자 창업주도 지수면 승산리 상동마을 출신이다.

비록 지수면 승산리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지금 LG와 GS, LS그룹, 승산그룹, 쿠쿠그룹 등 국내외 경제계를 이끌고 있는 구씨와 허씨 CEO들에게도 이곳의 부자 기운이 선대를 통해 전해져 몸속에 흐르고 있다고 본다.글=정영효·사진=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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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LG 창업주가 부친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모춘당’. 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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