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부(國富)의 원천, 생물자원
새로운 국부(國富)의 원천, 생물자원
  • 경남일보
  • 승인 201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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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아아, 여우는 사라지고/ 여우가 사라진 뒤에도 눈은 내리고 또 내리는데/ 그 여우 한 마리를 생각하며/ 이렇게 눈 많이 오시는 날 밤에는….”

시인 안도현님의 ‘그리운 여우’ 중 한 대목이다. 그동안 잊고 지낸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여우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고, 시인이 존경하는 선배 시인 백석(白石)의 ‘여우난곬족’(여우가 난 골짜기 근처에 사는 친척들)에 대한 답시(答詩)라는 해석도 있다. 이렇듯, 여우는 그리움의 대상으로 때로는 두려움과 영악함의 상징으로 우리 민족의 설화와 민화 속에 수시로 등장했다. 그만큼 여우가 우리에게 친근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무분별한 포획과 도시화에 떠밀려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여우는 현재 멸종위기종Ⅰ급에 처해 있다. 비단 여우뿐만이 아니다. 단군 신화에서 우리의 선조로 일컬어지는 곰(반달가슴곰) 또한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 복원 사업을 통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우나 곰의 사례에서 보듯이 멸종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한 생물종이 멸종했다는 것은, 지구상의 어느 생물이 모두 사라졌다는 감상적인 아쉬움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인류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위기에 처해 있다. 전지구적인 환경 변화로 식량이 부족해지고, 새로운 전염병도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생물자원은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UN과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80%가 넘는 신약이 생물자원을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다. 생물종의 손실은 인류가 위기에 처했을 때 탈출구를 제공 할 수 있는 잠재적인 자원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또한 ‘멸종’은 단지 마음 아픈 일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경제적·사회적 손실과도 직결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생물자원은 새로운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30년 경에는 생물에 기반하여 IT기술 등이 융합한 새로운 차원의 바이오산업이 세계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생물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또 하나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보호지역을 확대하는 등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정책과 더불어, 국내 생물자원산업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2011년 11월에 수립한 범정부 대책을 토대로, 앞으로 생물자원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선,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한반도 고유 생물종 6만종을 발굴할 계획이며, 최근 국립생물자원관 연구 결과, 대부분 버려지고 있는 연(蓮) 열매에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유용한 물질이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낙동강 생물자원관을 2014년까지 건립하는 등 지역별 특화된 생물자원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권역별 생물자원관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메콩강 유역 등 생물자원이 풍부한 해외에서도 2020년까지 2만종의 유용한 생물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조사·발굴된 생물자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DB를 구축하고, 이를 관련한 산업계 및 연구기관 등에 제공할 계획이다. 유전자 은행, 종자은행 등 분야별 생물자원 은행을 순차적으로 구축해, 민간에서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내에 생물자원 정보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국가생물다양성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확보된 생물자원을 상용화하는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2011년도부터 연간 20억원 규모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앞으로는 연간 200억원 규모로 지원을 크게 확대하여,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었으나 세계사에서도 유래가 드문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다. 이와 같은 성공사례를 생물자원 분야에서도 또다시 일구어 내야 할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생물자원 빈국에 해당 되나,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대비한다면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생물자원 분야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기회가 될 수 있기도 하다. 이제 며칠 있으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생물다양성도 높이고, 생물자원을 새로운 국부(國富)의 원천으로도 활용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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