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호시설 건립 암초 만나나
반려동물 보호시설 건립 암초 만나나
  • 임명진/정원경
  • 승인 201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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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건립 대상지 진주 집현면 주민 "혐오시설" 반대
경남도가 올해 진주시 집현면 신당리 일대에 국내 최초의 공원형 반려동물 종합보호시설을 착공하려던 계획이 혐오시설 입지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경남도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주민들은 ‘결사 반대’를 외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 “주민 무시한 처사” 반발=거리를 떠도는 유기동물들이 매년 급증하면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는 국비를 지원 받아 국내 최초로 공원형 동물보호시설 건립 사업에 나섰다.

건립 대상지는 진주시 집현면 신당리 일대. 1만 4242㎡ 부지 위에 건립될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동물보호실, 진료실, 교육장, 전시실 및 위락공간 등의 최신 시설을 갖춘 교육 체험장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사업이 완공되면 유기동물 발생 및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경남도의 주장이지만 부지 인근 주민들은 “주민을 무시한 결정이다. 절대 못 들어온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열린 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부지가 들어설 일대는 인근 덕오, 신당, 죽산마을 주민들이 고추, 호박, 딸기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죽산마을 주민 강만복(79)씨는 “그런 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마을이 발전되지 못할 게 뻔하다. 왜 하필 이곳을 대상지로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소통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도와 지자체간의 행정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마을 주민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마을 이장 박영래(73)씨는 “부지로 선정된 이야기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주민들에게 사전에 사업 설명회 조차 없었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주민들은 결사반대하고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강명길(77)씨도 “도 전체에 버려진 개들이 여기로 다 온다는데 혐오시설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동네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난감’한 경남도=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경남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경남의 경우 유기동물에 대한 민원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도 전체를 총괄하는 유기동물 관할 전담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경남도는 시설이 건립되면 행정 지원은 물론 유기동물 민원해결에도 체계적인 보호 관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도민들이 찾아와 쉴 수 있고 유기동물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는 일단 착공 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주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별 무리없이 사업이 진행될 경우 이달 중 사업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설계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하반기인 7, 8월에는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도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진주를 설립 최적지로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용준 주무관은 “혁신도시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 보다 많은 이들이 시설을 찾을 수 있는 데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입지조건이 좋아 진주에 설립되는 것이 여러모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인 진주시는 도와 주민 사이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부지가 도소유지이지만 주민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진 부지 선정에 주민들의 항의방문이 잇따라 한바탕 곤욕을 치뤘다.

진주시 한태영 농축산과장은 “해당 센터가 건립되면 유기동물 발생율도 줄일 수 있고 예산절약도 될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시설이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어느 입장도 두둔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도내 유기동물 처리 실태=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반려동물 유기동물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02년 1만5958마리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에는 10만899마리로 급증했다. 2009년에는 8만2658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지만 정작 주인에게 인도된 유기동물은 5076마리에 불과하다. 유기동물의 처리는 안락사(2만1105마리)가 가장 많다. 즉 유기동물 2마리 중 1마리 꼴로 버려짐과 동시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유기동물의 보호 및 처리를 위해 유기동물보호소를 동물보호단체나 동물병원 등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으나 매년 상당한 운영비용이 지출되면서 운영상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수용가능한 보호소는 2009년 기준 383개소, 1만3380마리. 유기동물 8만2658마리의 16.2% 수준만 보호를 받았다. 이중 경남은 도내 전역에 20곳의 보호소를 두고 있으나 일시 수용 가능한 유기동물 수는 5504마리에 불과하다. 현재 도내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 수는 4000여 마리로 이중 안락사(1052마리)와 자연사(607마리)의 비중이 전체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7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경남 길 천사들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덕영(53)씨는 “현재 도내 각 시·군 유기동물보호소 환경이 열악해 체계적인 관리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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