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색 짙어진 추기경들, '흑인교황' 선출할까
보수색 짙어진 추기경들, '흑인교황' 선출할까
  • 연합뉴스
  • 승인 201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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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선출 추기경단 국적·성향 고려할 때 쉽지 않을 듯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1일 건강상의 이유로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제 세계 가톨릭계의 관심은 후임 교황이 누가 될지에 쏠려 있다.

일각에서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교황’ 탄생을 점치기도 하지만 교회 최고 지도자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다음 달 중순 열릴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석할 추기경 117명의 성향은 베네딕토 16세가 재위한 지난 8년간 더 보수화됐다.

국적만 보더라도 117명 가운데 61명이 유럽 출신으로, 베네딕토 16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지난 2005년 콘클라베 당시(58명)보다 약간 더 많아졌다.

반면 세계 가톨릭 신자의 42%가 살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 추기경은 117명 중 겨우 19명에 불과하다.

특히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로 독일보다도 가톨릭 인구가 5배나 많음에도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독일보다 오히려 1명 적다.

117명 가운데 반 이상은 베네딕토 16세가, 나머지는 전임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가 뽑은 추기경들이다.

두 교황 모두 금욕주의와 바티칸의 권위를 지지하고 낙태 및 여성 사제, 동성결혼, 그 외 진보적인 개혁에 반대하는 정통 가톨릭 교리를 지지한 교황들로 알려져 있다.

영국 가톨릭 주간지인 ‘더 태블릿’의 로버트 미켄스 기자는 17일(현지시간) “현 교황이 살아있는 한 후임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가 뽑은 추기경들이 그와 다른 성향의 교황을 선출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추기경은 교회의 보수화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교회가 우경화할수록 사람들을 잃게 된다”면서 “우리가 교회의 지도자가 아니라 보수적인 정치인들처럼 보인다면 교회를 위해서도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가톨릭계는 건강보험 적용항목에 피임을 포함하도록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놓고 양분되면서 대중과도 멀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또 유럽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 가톨릭 신자 수 등을 고려해서라도 이번에는 비 유럽권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에서 교회 통합 및 유대인과의 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커트 코크 추기경은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난 흑인 교황이 선출되는 것을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 후보들도 몇명 이름이 오르내린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대주교인 오딜로 셰레르 추기경, 바티칸 교황청의 아르헨티나 출신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 등이다.

또 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워싱턴 대주교에서 은퇴한 시어도어 맥캐릭(82) 추기경은 “새 교황은 교회의 메시지를 젊은층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록스타는 필요없지만 젊은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새 교황의 조건으로 ‘소통’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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