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이야기
'떡'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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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합포구청장)
우리나라에서 잔치를 치르거나 제사(祭祀)ㆍ고사(告祀)를 지낼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음식이 있다. 바로 ‘떡’이다. ‘떡타령’ 가사만 봐도 우리생활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월 대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병(松餠)이요, 삼월 삼진 쑥떡이라 사월 팔일 느티떡에, 오월 단오 수리치떡, 유월 유두에 밀정병이라 칠월 칠석에 수단이요, 팔월 한가위 오려 송편,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시월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동짓날 새알시미, 섣달에는 골무떡이라 떡사오 떡사오 떡사려오.” 이렇게 다달이 떡을 해먹었으니 ‘밥 위에 떡’이란 속담이 생겨났을 만도 하다.

‘밥 먹는 배 다르고 떡 먹는 배 다르다’고 할 정도로 ‘떡배’를 따로 찼던 옛 선조들은 떡의 모양도 빛깔도 다양하게 만들어 별식으로 즐겨 먹었다. 멥쌀로 긴 원통형으로 뽑아 만든 가래떡, 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만든 시루떡, 찹쌀로 만든 찹쌀떡, 감가루를 넣은 감떡, 무지개색으로 다채로운 색의 층으로 만든 무지개떡, 반달 모양으로 속에 소를 넣어 만든 송편, 찹쌀떡에 고물을 묻혀 만든 인절미, 쑥을 넣은 쑥떡, 밀 보리 등의 잡곡의 겨 찌끼를 버무려서 만든 개떡, 찹쌀과 멥쌀을 각각 빻아 가루를 만들어 황설탕을 넣어 만든 꿀떡,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부풀려 찐 증편(술떡) 등 그 종류만 해도 200여종이라고 한다.

또 떡을 나타내는 한자어도 그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쌀을 위주로 해서 만들었을 경우 조리법에 따라 ‘이(餌)’나 ‘자(咨)’로 표기했고, 밀가루로 만들었을 경우 ‘병(餠)’이라 표기했다. 또 멥쌀가루를 쪄서 길쭉하게 뽑은 가래떡은 장수를 의미하고 떡국을 끓일 때 납작하게 썬 가래떡은 엽전과도 비슷해서 재복을 바라는 기원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 떡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하였으며 왜 떡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낙랑(樂浪)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원시농경시대부터인 것으로 많은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남의 떡에 설 쇤다’는 말대로 혼자 먹으려고 떡을 하는 사람은 없다. 별식으로서의 떡은 좋은 날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려고 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중의 하나이다. 귀신에게 제물로 올려진 떡은 ’복떡‘으로 이웃과 친척들이 함께 먹으며 즐겼다. 액막이로 아이가 변소에 빠지는 것을 면하기 위해 ’똥떡‘을 만들어 변소귀신을 달래고 나누어 먹기도 했다. 또 떡이 쪄진 상태의 여부로 점을 치기도 했는데 제주도의 ’모돔떡점‘이 대표적이다. 한가윗날 송편의 모양새와 쪄진 상태로 여자들이 미래의 낭군이나 태어날 아기를 점치기도 하는 등 떡은 한국민의 전통을 드러내는 중요한 음식이다.

그래서 ‘떡’이라는 말의 어원은 덕(德)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어학자들의 말은 다르다. 덕에서 떡으로, 발음상으로는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떡은 대개 곡식가루를 반죽하여 찌거나 삶아 익힌 음식으로 옛말로 ‘찐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찌다’가 명사화돼 ‘떼기’→‘떠기’→‘떡’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다. 우리가 설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헤어졌던 가족이 다시 만나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끈끈한 사랑과 정으로 가족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안겨주는 것처럼, 서양에서도 식구끼리 이웃끼리 빵을 나눠 먹었던 모양이다. ‘회사’라는 말의 영어 컴퍼니(company)의 어원은 ‘빵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뜻의 라틴어 꼼빠니(compan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꼼(com)은 ‘함께’라는 뜻이고 빤(pan)은 ‘빵’을 말하는데, 결국 우리식으로 표현하지면 ‘함께 떡을 나눈다’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고유의 세시절인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떡을 해 나눠 먹으며 끈끈한 정으로 뭉쳐 보자. 묵은해의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 버리고 희망찬 새해를 설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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