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정부의 역할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정부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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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약 15년 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나라 주요 정책의 흐름을 보면 외적으로는 다변화와 다양화를 반영하면서 국민과 지역의 욕구를 수용하고 있는 듯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한 논리적 혼선과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인지하게 된다. 필자가 줄곧 연구해 왔던 지역정책 분야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러한 양상은 특정의 정부, 즉 ‘국민’이나 ‘참여’ 혹은 ‘MB’ 정부 등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우리나라가 시행한 지역중심의 정책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다.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1995년을 대비하기 위해 바로 한 해 전 94년에 제정한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흉내를 내긴 하였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상향식 정책의 계기는 외환위기 이후 99년 1월에 제정된 ‘산업발전법’으로 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률 이전의 지역개발 정책은 대부분 국가계획의 일환으로 입안되고 하향방식으로 시행되었다. 지역정책이 중앙정부 주도적일 경우 균형보다는 불균형 시각이 더 크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대부분 입증되고 있다. 그래서 저소득 국가나 개발도상국은 초기 국가발전 전략으로 대부분이 균형보다는 불균형 발전전략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욕구가 늘며 다양화되다 보면 불균형 전략은 후퇴하는 대신 균형정책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산업발전법은 이전의 정부 주도적 국가산업 정책을 16개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국가균형정책의 단초였던 셈이다. 그때부터 각 시·도는 지역문화와 정체성 및 산업 입지적 특성과 기업집적을 기초로 특화되고 차별화된 지역발전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시행하게 된 것이다.

국가균형정책 초기의 의도와 본질은 해를 거듭할수록 퇴색하고 변질되고 있다. 균형정책 시행 초기에 많은 지역전문가들은 “균형과 함께 분권정책만 동반된다면 16개 시·도 발전의 합이 곧 국가발전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주장도 아련한 옛말이 되고 있다. 분권은커녕 균형도 빛이 바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을 통틀어 수도권이라는 전통적 표현 대신 여기에 대전·충청과 세종시를 엮어 신수도권이라는 용어도 왕왕 회자된다. 이유는 중앙정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첫 번째이고, 균형발전 전략의 초기 의도를 담당자들이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그 다음이다. 이들 두 요인에 더하여 정부의 역할이 크게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강하게 든다.

정부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역할 소홀과 균형정책 오류의 경우는 많다. 국가의 기간정맥인 신공항을 해당 시·도에 입지를 맡긴다고 오랜 기간 지역간 소모적 논쟁과 정서적 낭비를 초래하게 한다거나 석유와 석탄 및 가스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기업도, 기술기반도 없는 일부 시·도의 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기반을 강화하여 세계와 겨루고 국방을 연계해야 할 항공우주산업 전용 국가산단 지정·육성을 관련 시·도로 미뤄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면 말문이 닫힐 뿐이다.

상향식 균형발전 정책에 지방자치제의 본연인 분권이 결합되면 국가발전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나 효율성은 오간데 없고 오직 내 자리와 내가 다룰 예산이 없어진다는 중앙에서의 생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예산이 조금 생기면 단순한 정책 하나 만들어 공모다, 경쟁이다 하여 16개 자치단체를 줄 세우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뻔질나게 노크하면 없는 예산꼭지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은 아니다. 이러다간 균형발전과 분권은 고사하고 기존의 세종로 종합청사와 세종시 신청사는 물론 이전하여 비어 있어야만 될 과천청사마저도 포화로 활용되는 등 공간부족을 야기하는 신중앙집권형 국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현 정부는 광역경제권 정책을 통해 지방 대신에 수도권 비대화와 함께 규제완화를 끊임없이 단행하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균형발전이나 국가기간형 첨단부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국가균형 발전은 안보처럼 특정 정권이나 이념에 매몰되어선 안된다. 지방자치제 실시 20년 만에 지방은 오히려 오그라들고 있다. 정부 주도적인 것과 시·도 적합형 정책과 사업을 구분하고 사람과 권한과 예산을 시·도별로 재배분하는 등 국가발전의 틀을 시급히 새로 짜야 한다. 새 정부는 그렇게 할까. 지역이 보일까. 이틀 후 금요일이면 밑그림이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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