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균 기자
골목길을 자기 차를 위한 공간으로 여기는 이들 때문에 주차는 더욱 어렵다. 그러다 보니 골목은 이제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런 몰염치한 행위가 어디 어제오늘의 일인가. 주차문제로 욕지거리는 다반사고 멱살잡이에, 끝내는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뉴스도 종종 있고 보면 예삿일이 아니다.
공공의 골목길이 사유지의 앞마당으로 변해간다. 저마다의 이기심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 싶다. 어떤 이는 개똥참외 찜하듯 제 집 앞 골목은 제 주차장이라고 붉은 페인트로 경고문구를 덧칠해 놓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낯 뜨거운 낙서를 서슴없이 하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른 이는 주차금지고 자신에겐 허용인가. 진정 우리에게 자동차 문화라는 것이 있기나 한가. 모두들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부족하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이런 얌체차량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얌체주차가 여전한 것은 나만 우선 편하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우리 스스로 고쳐야 한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과 양보하는 자세를 갖는 게 좋은 사회가 아닐까. 일부 몰지각한 비장애인 운전자들은 장애인 마크를 부착하고 얌체주차를 일삼고 있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잃어버린 우리 본연의 ‘심성(心性)과 미풍(美風)’이 바로 설 때 자동차 문화는 비로소 도덕의 섬돌 위에 반듯이 놓일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는 여유가 우리 마음을 더욱 포근하게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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