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의 학문적 도덕성
대학교수의 학문적 도덕성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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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규 (창원대학교 총장)
향후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게 될 박근혜 정부가 드디어 출범한다. 지난 두 달 동안 대통령을 도와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경영할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인선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또 한 번 인구에 회자되는 인사들의 도덕성 및 행정능력 검증에 대한 논란을 겪고 있다.

대학교수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교수의 현실정치 참여가 올바른 일인지 아닌지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무어라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대학교수들이 교수로서의 전문성을 토대로 정치나 행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인선과 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후보자로 지명된 대학교수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교수에게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성 이외에 또 다른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것은 소위 표절이라고 일컬어지는 학문적 도덕성에 대한 것이다. 학자로서 학문적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아쉬운 점은 표절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몰이에 의해 많은 교수들이 씻지 못할 상처를 입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교수가 연구논문을 작성하면서 다른 사람이 수행한 연구결과를 마치 자기 자신의 연구결과인 양 속이거나, 학생의 학위논문을 그대로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학생의 이름을 저자에서 빼거나,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험결과 등을 의도적으로 속인다거나 하는 행위는 연구자로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거나 연구과제의 결과보고서 내용을 논문으로 작성한 것을 중복게재라고 한다든지, 자신의 과거 논문에서 언급된 내용을 명확히 인용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기표절이라고 한다든지, 과거 논문에 사용된 자료를 다시 사용했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하는 것은 연구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 하겠다. 더 난감한 것은 몇 개 이상의 단어 배열이 같으면 반드시 인용표기를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기준이다. 이 기준이 어떠한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얼마 전 언론사의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 자신이 쓴 기사를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자기표절에 해당할 것이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또한 연구활동을 열심히 한 교수는 고위공직에 진출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교수들 사이에서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학자의 연구성과가 표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이공계 분야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공동연구를 하고 공동으로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반면에 일부 인문·사회 학문분야에서는 어떻게 교수가 학생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만큼 표절이라는 것은 학문분야별로 엄연히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으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다양한 학문분야의 정서를 반영하는 학문적 도덕성에 대한 기준설정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소위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대학에서도 석·박사 학위논문의 질관리 체계를 도입하여 학문적 성과가 없는 사람들에게 학위를 남발하는 관행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교수 스스로가 엄격한 학문적 잣대를 가지고 인정에 치우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또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자신이 과연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의 학문적 경륜을 지녔는지 스스로 돌이켜 보아야 한다.

공인으로서의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학생들을 교육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교수는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고위 공직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의혹을 제기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표절시비는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교수는 모름지기 명예를 중시하는 학문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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