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마녀이자 마녀심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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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 승인 201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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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광 교수 '마녀 프레임' 출간
중세 시대 ‘마녀 사냥’은 근대 국가가 성립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특정인을 ‘마녀’로 지목해 집단 공격하는 일은 요즘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인터넷에서 ‘△△녀’라고 지목받으면 순식간에 신상이 공개되면서 따돌림당한다.

마녀를 추적하며 실제로 사냥하는 일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마녀를 만들어내는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셈이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신간 ‘마녀 프레임’은 프레임 이론을 토대로 마녀가 탄생한 이유와 현대적 마녀사냥을 흥미롭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마녀 프레임 탄생에는 인쇄술 발명이 계기가 됐다. 독서를 토대로 한 근대 주체성이 인쇄술이라는 매체가 출현하면서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많은 사람이 똑같은 책을 읽게 되면서 프레임이 설정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프레임이 변화하면 동일한 대상도 다르게 보이게 하여서 과거에 내린 결정이 한순간에 뒤집히게 된다.

저자는 마녀 프레임을 근대성의 구성원리로 이해한다. 역사적인 의미에서 마녀라는 개념은 사라졌다고 해도 마녀 프레임은 특정 대상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근대 국가 논리에 내재했다는 지적이다.

마녀로 지목당하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마녀를 지목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마녀이자 동시에 마녀 심판자라는 논리다.

“마녀는 언제나 자본-민족-국가라는 삼위일체를 유지하기 위한 예외 상태로 남아있다. 이것이 바로 마녀 프레임을 여전히 작동하게 하는 원천이다. 예외적 존재야말로 근대 국가를 위한 희생양이다. 이 희생양은 과거에 여성이었고 유대인이었고 ‘빨갱이’였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무슬림이고 동성애자고 이주 노동자의 모습으로 현신하고 있는 것이다.”(142쪽)

저자는 마녀프레임을 제약할 수 있는 원리로 중립적인 법적 언어를 든다. 사법 체계가 중립성을 지키지 못할 때 마녀 프레임은 본격적으로 작동된다는 분석이다.

마녀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전하는 차원을 넘어 마녀 사냥의 생성 원리를 뚜렷한 논지로 담아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음과모음. 16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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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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