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치 제도의 미래
교육 자치 제도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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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되었다. 기초의원 등의 정당 공천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이제 지방자치는 거스를 수 없는 제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자치는 늦게 시작되기도 했지만, 지방자치의 한 부속품 정도로 어정쩡한 위치와 낮은 주민인식으로 되는 둥 마는 둥 시작, 운용되고 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민주주의는 그 규모가 작을수록 더 현실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 대치라는 안보상의 이유를 핵으로 해서 지방자치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지방자치가 되면서 주민들은 제도가 현실로 다가오고 스스로가 뽑은 주민대표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감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가 가장 작은 단위의 민주주의로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우리의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교육은 그렇지가 못하다. 학교자치가 가장 우선되어야 할 교육자치의 단위가 되어야 함에도 교육자치는 가장 넓은 단위에서만 상징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그치고 있다. 시와 군 단위에서조차도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교육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실감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출을 바라보며 아이들보다 못하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자치가 부패와 타락으로 중앙 정치의 잘못된 한 축소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가 참고 견디는 것은 지방자치 덕에 여러 군데서 발견하는 그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 집권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면 동네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문화유산 해설사를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는가. 작은 예에 불과하지만 지방자치의 순기능은 이제 자연스러워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몸에 배었다.

그런데 교육자치는 어떤가. 이른바 부속자치, 더 혹평하자면 하청자치로 시작되었다. 자치의 단위가 도 단위인 광역에 그친 점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육자치의 핵심인 교육위원회는 그 구성원인 교육위원을 광역의회에서 뽑는 데서 출발했다. 교육위원회의 기능도 광역의회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이 광역의회에서 뒤집어지기가 일쑤였고, 필자도 8년을 일했지만 시쳇말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그런 세월이었다. 그나마 일몰제라는 이름으로 이 교육위원회도 이미 없어지고 말았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지방 교육자치의 상징인 교육감이 흔들리고 있다. 전국 17명 교육감 중에서 7명이 현재 위법행위에 연루되어 조사 또는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다. 우리 도를 포함해 세 군데 교육감은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잘못한 일은 벌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비록 교육일지라도 성역을 두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교육감을 표적으로 한 수사상황을 지켜보며, 이것이 교육자치 제도의 심각한 위기로 비춰지는 것에 더 우려를 한다. 제도가 바뀔 때는 의도적인 경우도 있어 왔지만 항상 문제가 들춰지거나 드러난다. 힘이 있으면 그래도 살아남지만 교육은 항상 밀려났다.

교육이 잘못된 정치에 휘둘리면 안된다는 것, 이것이 교육자치의 버팀목이다. 국민교육헌장 시대의 교사처럼 교사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서도 안되고, 교육이 과정을 무시한 채 어떤 결과를 강요하고 외형적 성과를 강요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런 속에서는 교사도 괴롭고 학생 또한 불행해진다. 지금 우리의 교육자치는 교사를 실적주의의 노예로 만들고 있고, 아이들을 성과의 희생물로 삼고 있다.

이런 것을 지켜내는 것이 교육자치의 역할이라면 너무 원론적인가. 제대로 된 교육자치 제도 속에서 아이들은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선생님들은 신명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러면서도 학부모가 만족하는 그런 교육를 그려 본다. 교육자치는 힘에서는 밀리지만, 우리가 그래도 지켜 주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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