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깨달은 대화의 소중함
이제야 깨달은 대화의 소중함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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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대화를 한다는 건 그냥 듣기와 말하기가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말들을 내뱉는 것이 아니고, 아무런 생각 없이 말들을 주워 담는 것이 아니다. 그 말들 속에 서로가 교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대화를 하게 된다.

내가 벌써 4학년이라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해보고 싶은데 못한 것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보고 싶은데 못 본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시간되면 밥 한 번 먹자고 말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언제 술 한 잔 하자던 사람도 참 많았는데 왜 그들을 더 챙기지 못했을까. 그래서 요즘 여기저기 방방곡곡 사람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대전에서 대구로, 마산으로, 경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요즘이 바쁘고 피곤하지만 너무 재밌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비싸게 굴던 얼굴들이지만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다. 밥 먹으면서 차 마시면서 밤새도록 얘기를 해도 헤어질 때가 되면 여전히 아쉽다. 그 많은 대화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한 사람이란 걸 느낀다. 너무 익숙하고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음이 잘 맞기에 더욱 그런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너무 편해서, 진짜 대화가 너무나도 쉬워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뭔가 어색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비교하게 되고 대화 하나하나를 분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만나고 연락하는 많은 상황들에서 나도 모르게 계산하게 된다. 나와 너무 편해서 고마운 누군가가 가끔은 단점이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생각해보면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생각이나 성격, 가치관 등이 맞아야 하는 일이다. 그 어려운 조건들이 충족된다는 게 생각할수록 쉬운 일이 아닌데 난 대화가 잘 통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면 대화가 잘 통하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것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고. 그러면서 난 눈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난 눈이 참 높은 거였구나 싶다.

이런 나는 상대방에게 대화하기 쉬운 사람일까. 상대방에게 내가 하고 싶은 대화의 흐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순간 들었다. 이 대화가 나에게만 편한 것일 뿐 상대방에겐 불편한 것이라면, 배려심이 많아서 나에게 맞춰주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를 맞춰줄 정도의 배려를 나에게 베풀어 주는 사람 또한 만나기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이 잘 통하도록 조절을 할 줄 알아야 이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말하는 것보단 듣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난 경청이란 말을 참 좋아하는데,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서적이나 영상에 많이 나와 있는 말이기도 하다. 경청이 중요한 걸 알아도 실천하긴 힘든 것처럼, 결국 대화를 잘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난 분명 지금 알던 사람들 외에 앞으로도 인맥을 넓혀가게 될 것이다. 어디를 가서 무슨 일을 하든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면 대화는 빼놓을 수 없다. 대화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되니 선뜻 말을 거는 것 또한 힘이 든다. 하지만 나와 진솔한 대화를 해주는 사람들과 많이 얘기하다 보면 말을 하는 것도 경청을 하는 자세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우리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더 많이 다가갈 수 있기를, 앞으로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게 늘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지금까지 나와 대화하면서 나를 편하게 해주고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나 어려운 것을 너무나 쉽게 만들어주는 그 배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김륜현·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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