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미스매치,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자리 미스매치, 어떻게 풀어야 하나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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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수, 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올해도 어김없이 졸업시즌이 다가왔다.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학력은 높아지고 일자리는 줄고…. 전망도 밝지 않다.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시름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과 정부당국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번듯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취직할 곳이 없다며 아우성이고, 기업들은 우수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가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젊은이들이 못마땅하다. 한마디로 도전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지방에서 몇 년 근무하면 어떻고, 보수가 좀 적어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데 현장에서 뛰는 것 또한 어떠냐는 것이 중소기업 CEO들의 생각이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대기업들은 구하고자 하는 인력의 94%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10명이 필요해도 3~4명도 채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에서 취업난은 무슨 취업난이냐며 구인난이 더 문제라고 토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번 중소기업을 돌기 시작하면 평생 중소기업에서 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배어 있다. 고3 수험생이 명문대를 선호하듯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이 임금이나 복지 등 처우가 좋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불황이 심각한데 중소기업은 자칫 회사가 망할 위험도 있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첫걸음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평생 중소기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이른바 ‘낙인효과’ 때문이다. 지금은 평생직장의 시대가 아니다. 첫 직장을 고를 때부터 이직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그런데 처음부터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 옮겨 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어떻게 보면 고학력 사회의 병폐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입학까지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인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겨 세계 최고수준이다. 대학교육에 쓰는 돈만 해도 OECD 국가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학벌에 전력투구하는데 들어간 교육비를 뽑기 위해서도 좋은 직장 입사는 필수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 걸맞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 청년 취업 대상자 가운데 대졸 이상은 21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졸 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115만개에 불과하다. 단순히 계산해도 100만명 이상은 학력보다 낮은 수준의 일자리에 고용돼야 한다. 대졸자들은 하나같이 대기업 취업을 원하지만 겨우 8%만 그 자리를 얻는다. 반면 국내 전체 일자리의 87%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은 필요인원을 제대로 채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졸자들이 하늘의 별 따듯 대기업에 매달리는 동안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일자리 미스매치의 간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중소기업과 구직자가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노력하면 그 간격을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첫째, 중소기업은 지원자가 없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회사를 건실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노력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 중에는 연봉이나 복지수준이 대기업에 못지 않고, 원칙 있는 인사시스템을 갖추고 사업규모가 급성장하는 전망 있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산학협력, 인턴십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정보와 직무수준을 대학과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여 미스매치를 줄여 나가야 한다.

둘째, 청년들도 취업전략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의 대기업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내실 있고 전망 있는 중소기업에서 기업성장에 기여하고 성실하게 일해 성공하려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셋째, 대학과 정부가 앞장서야 할 부분도 많다. 대학과 산업체 간의 산학협력을 발전시켜 맞춤형 현장교육을 확대해 학생들이 기업에서 실질적으로 업무를 터득할 수 있게 하고, 기업과 학생을 취업으로 엮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대기업의 경력사원이나 공공부문 직원채용 때 중소기업 경력자에 대해 우대하는 방식도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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