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下)
[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下)
  • 정영효
  • 승인 201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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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기운 서린 인재 배출 터전
재벌소나무
재벌소나무
 
[경남일보의 천기 엿보기]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소재하고 있는 옛 지수초등학교 터. 지수초등학교는 지난 2009년 3월 1일자로 인근 진주시 지수면 압사리 송정초등학교와 통폐합됐다. 이로 인해 ‘지수초등학교’라는 학교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학교 위치는 통폐합되기 전 ‘송정초등학교’ 터로 바뀌었다. 농촌인구가 급감하는 도시화·현대화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서 ‘통폐합’이라는 희생을 겪은 지수초등학교는 이름을 지키고 있으나 터전은 잃어버린 기구한 운명 속에서 화려했던 옛 추억을 간직한 학교로 변했다.

지금은 학생이 한명도 없이 덩그러니 본관과 상남관(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이 기증한 체육관)만이 옛 지수초등학교 터전을 지키고 있다. 미끄럼틀과 철봉대 등 녹슨 놀이시설들이 4년 가까이 폐교된 학교임을 알려주고 있다. 비록 폐교된 학교 터전 이지만 간혹 풍수가들이나 ‘길지(吉地)’라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찾아 들고 있다고 한다. 지수초등학교 터에는 학생의 맥은 끊겼다. 그렇지만 방어산을 병풍 처럼 두르고, 학교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여전히 천기가 끊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이곳 주민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재벌들을 배출시킨 인재 산실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지세

지수초등학교 터는 방어산을 주산으로 나지막한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방어산은 함안군 군북면과 진주시 지수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산세는 크지 않지만 역사의 향기가 서려 있고 자뭇 높이에 비해 웅장해 길지(吉地)가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흔들바위(혹은 끄덕바위)가 있는데 바위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산세의 기운이 바뀌고, 그래서 옛날에는 지수면과 군북면 사람들간에 바위 방향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바위 방향에 따라 그 지역에 큰 부자가 난다는 속설 때문이었다고 한다. 방어산에는 유달리 묘소들이 많다. 이는 예로부터 방어산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서려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옛 지수초등학교 터에 들어서면 이러한 방어산의 기운이 학교까지 이어져 있음을 알게 한다. 본관과 상남관 뒤 방어산은 어병(御屛·임금 뒤에 쳐진 병풍)과 하전(下殿·대궐 지붕) 형상을 하고 있다. 학교 옆으로 흐르는 냇물은 좌청룡을 감싸고 우측에서 좌측으로 나가는 우수지좌출(右水之左出)형국이다. 이같은 형세는 본관 건물을 휘감아 자연의 생기를 밀어주고 있는 지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세를 갖고 있는 옛 지수초등학교 터는 국내 풍수학자는 물론 중국·일본 등 외국 풍수연구가들의 연구대상이다. 이들은 직접 찾아와 이곳 터의 풍수적 물형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지세는 한국경제사에 큰 획을 그은 국부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근원이 됐다는 게 풍수학자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지론이다.
 
구인회 불망탑
구인회 불망탑


◇국부들의 흔적

늦겨울 옛 지수초등학교 교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작게 난 교문을 열고 들어선 교정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보이지 않았다. 삭막한 기운이 돌았다. 본관과 상남관 건물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상, 신사임당상, 녹슨 놀이시설 등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모습에서 이곳이 학교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방어산을 등지고 있는 본관 건물은 삼성·LG·GS·효성·승산그룹 등 우리나라 재벌의 창업주와 CEO들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으로 우뚝 서 있다.

본관 건물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가 눈에 띈다. ‘재벌소나무’라고 불린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같이 다녔던 학생들과 함께 개교(1921년 5월 9일) 이듬해에 심었다고 한다. 수령이 근 100년에 가깝다. 지수초등학교와 애환을 같이 한 소나무다. 지수초등학교가 압사리로 이전하기 전까지 ’재벌소나무’ 바로 옆에 ‘교목:소나무, LG그룹 구인회와 삼성그룹 이병철 등 1, 2학년 학생들이 개교 당시에 함께 심고 가꾸었다고 전해집니다’라는 푯말이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푯말이 사라져 버려 마치 쇠락되고 있는 지금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원래 두그루였으나 언제부턴가 뿌리가 합쳐져 지금은 한그루 처럼 보인다. 그리고 구인회와 이병철 소나무 얘기는 ‘꿈을 키우는 지수 어린이’란 교재에 수록돼 계속 지수초등학교 어린학생들에게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재벌소나무’는 다른 지역으로 학교가 빼앗길 것이라는 것을 예언이나 한 듯 시름시름 앓았다고 한다. 고사 위기에 빠지자 해당기관의 갖은 노력 끝에 살려냈다.

또 구인회 회장이 학교를 도운 온정을 기리는 ‘불망탑’, 구자경 LG명예회장이 기증한 상남관 등 재벌의 흔적들만은 어린 학생들이 떠나도 학교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 흔적들의 재벌 기운과 방어산의 산세, 지수초등학교 터가 가진 지세는 화려했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세를 표출하고 있다. 기운·산세·지세는 이곳 주민들에게도 지수초등학교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움직이는 인재를 배출하는 학교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부침과 애환

이곳 터에 지수초등학교가 자리잡은 시기는 1921년. 그해 5월 9일 개교한 지수초등학교는 인근에서는 유일하게 신식학교였다. 그래서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이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또 LG그룹 구자경·삼양통상 허정구·GS그룹 허준구·승산그룹 허완구 회장 등도 지수초등학교 출신이다. 이 때문에 지수초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재벌들을 배출한 요람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면서 지수초등학교는 도시화의 부작용 속에 급격한 굴곡을 겪게 된다. 젊은층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거주 인구가 격감함에 따라 학생수도 급격히 줄었다. 이 때문에 폐교 위기를 맞게 되고, 총동문회에서는 1999년 전학오면 집 알선은 물론 매달 30만원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제안을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학교를 살리기 위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10여년에 걸친 노력에도 끝내 송정초등학교와 통폐합되는 불운을 겪는다. 2009년 2월 13일 제85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옛 지수초등학교 터는 학생 없는 학교가 되고 말았다.

또 ‘재벌소나무’도 학교의 운명을 알고 있는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를 90년 넘게 지켜온 ‘재벌소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총동문회 차원에서는 ‘재벌소나무 살리기’에 나선다. 총동문회의 정성스런 치료 끝에 지금은 푸르름을 간직한 채 모두 떠나고 없는 학교 터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재벌소나무’는 옛 지수초등학교 터가 언젠가 어린 학생들이 다시 돌아와 세계를 이끌어 갈 인재들을 배출하는 명문초등학교가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듯이 힘차게 서 있다. 44회 졸업생인 조순선(68·여)씨는 “재벌들을 배출하는 등 역사 깊은 지수초등학교 터에 학생들이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언젠가 다시 학생들이 돌아 올 것”이라며 번성했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에 차 있었다. 정영효기자

지수초등 교문
지수초등 교문
상남관
구자경 회장이 기증한 상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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