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우표의 역사와 우표의 정치
대통령우표의 역사와 우표의 정치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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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우표가 발행되었다. 기념우표와 시트, 기념우표첩 각 1종이 발행됐는데,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념우표에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최초 여성대통령’의 온화하고 당당한 모습을 태극기와 함께 간결하고 품격 있게 표현했고, 소형시트에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광화문 배경과 함께 여성대통령의 이미지를 담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념우표에는 그 기념대상의 성격은 물론이고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나타나 있다. 일본의 우표수집가 나이토 요스케의 말처럼 국가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우표에는 정치적 정통성과 정책, 이데올로기 등이 표현되기 마련이어서 우표는 가히 작은 정치 포스터라 할 만하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기념우표를 보면 대통령의 성격과 당시의 정치·사회적 시대상을 알 수 있다. 모두 6종의 기념우표를 발행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 1~3대 취임 기념우표뿐만 아니라 80회 탄신 기념우표도 발행되었다. 윤보선 대통령은 살아 있을 때 우표에 사진을 싣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해서 얼굴이 찍힌 우표가 없다. 5~9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5대 때는 청와대를 크게 넣고 얼굴은 작게 처리한 반면 6대부터 얼굴사진이 커지고 봉황, 고속도로 등이 우표에 등장한다. 유신헌법을 선포한 1972년에는 우표 크기가 두 배로 커졌다.

우표에 가장 많은 얼굴을 등장시킨 대통령은 11~12대 전두환 대통령이다. 모두 29종 1억 200만장에 자신의 얼굴을 새겼는데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기념우표를 발행하였다. 이는 16년 통치기간과 사망 이후 추모우표 600만장 등 총 18종 4550만장을 발행한 박정희 대통령에 비해 3배 가까운 양에 달한다. 최규하·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 대통령들은 취임 기념우표 1종만 발행했을 뿐 재임시 얼굴이 들어간 다른 우표를 찍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과 노벨평화상 수상 때 얼굴이 찍힌 우표를 발행했다.

꼭 대통령 우표가 아니더라도 우표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늘 반영해 왔다. 광복 이후 한국은 1946년 첨성대, 무궁화, 한반도 지도, 금관, 이순신이 들어간 우표를 발행했으며 북한에서도 1946년 무궁화, 금강산이 들어간 우표를 발행했다. 현재 북한의 꽃은 목란이지만 당시 발행된 우표를 보면 북한도 처음에는 나라꽃을 무궁화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인공기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북한의 ‘해방1주년 기념우표’에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김일성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남침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한 북한은 1950년 6월 28일 중앙청에 붉은 깃발이 매달려 있는 ‘서울해방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이는 준비된 남침의 증거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한국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북진한 1950년 11월 10일 백두산 천지에 태극기가 나부끼는 모양 등을 포함한 ‘국토통일 기념우표’ 3종을 발행했는데 성급한 판단으로 나온 우표라 하겠다. 전선이 대치 중이던 1951년에서 1952년에는 참전국가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오른쪽엔 태극기, 왼쪽엔 개별국가의 국기, 가운데에 자유의 여신상 사진을 넣은 참전기념 우표를 44종 발행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김정은 단독사진이 담긴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 기념우표와 소년들과 같이 찍은 장면이 들어간 소년단 창립 66돌 기념우표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1월 1일에는 신년사를 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담은 우표를 발행하였는데, 김정은의 얼굴을 활용한 우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북한은 김일성 체제 때부터 체제선전을 위해 우표 발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요즈음 이메일과 스마트폰과 같은 다양한 통신수단의 발달로 손으로 정성껏 쓰는 편지가 줄어들면서 우표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우표는 단순한 우편행정의 수단만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홍보수단이기 때문에 한 시대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보여준다. 취임사에서 나타나듯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의 향후 우표의 정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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