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숲에서 쓰레기 되가져오기에 마음 두기를
산과 숲에서 쓰레기 되가져오기에 마음 두기를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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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켠다. 쉬는 날 방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몸이 움찔거려 어디론가 나서지 않으면 몸살이 날 것 같다. 밖에선 따스한 햇살이 어서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집 가까운 동산에라도 올라 마음의 때도 벗고 맑은 공기도 쐬고 기분도 전환하면 봄이 내 몸에 온전히 들어올 것 같다. 혼자라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 몇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봄을 만끽하기에 이보다 좋은 계절이 없다. 산내들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아지랑이와 복수초, 제비꽃들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몇 발짝 걷지 않았는데도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잘 나왔다 싶다. 평소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도 산꽃들처럼 피어난다.

봄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기에 생명의 기운이 움튼다.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기운생동이 별건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고 기분이 좋아지고 상쾌하다면 그것이 기운생동 아닌가. 어딘지 모르게 힘이 솟아오르고 그러다보면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창의적인 발상도 태어나지 않는가. 봄은 새 생명의 상징이다. 매번 봄은 추운 겨울을 이기고 새 생명을 움틔운다. 한 번도 봄은 겨울에 진 적이 없다. 복수초가 겨울눈을 비집고 나와 봄이란 기차의 시동을 걸고 산수유며 매화며 생강나무가 노란 불을 밝히고 앞서 나간다. 그러면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은 기지개를 켜고 힘차게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생명이 아름다운 건 아마도 봄이 겨울을 이겨내고 성큼 우리들 앞에 와있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있기에 생명이 새로운 생명을 얻고 또 생명의 가치를 알게 되고 생명의 외경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생명이 있기에 우리들은 현실 생활에서 아름다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생명이 있기에 우리들은 무엇인가를 해 낼 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아마도 꽃에게서, 새 잎을 틔우는 나무에게서, 싱그러운 숲에서 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이 그러한 생명을 깨울 수 있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이 순간만큼은 그런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스트레스도 잠시 내게서 떠난 것 같다. 온통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에게서 생명을 느껴보고 새 생명의 앙증맞음에 한껏 눈을 씻게 된다. 늘 초록색을 보는 사람과 붉은 색을 보는 사람은 심성이 달라진다는 정신의학적 결과도 있다. 초록색을 보는 사람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다면, 붉은 색을 오래 그리고 자주 보는 사람은 마음이 불안하고 심성이 어지러워진다. 살고 있는 집의 벽을 초록색으로 했거나 주변을 숲으로 만들어 놓은 곳에서는 아픈 사람도 쉽게 나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그보다 치유속도는 늦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초록색을 자주 본다는 것은 그만큼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시원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록빛이 물들고 있는 산내들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 봄이 초록색을 앞세우고 내 앞에서 나를 반길 것이다. 즐거움과 건강과 희망이란 선물을 들고 말이다.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나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산내들로 나갈 때 비닐봉지 한 개 그리고 목장갑이나 장갑 하나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산나물을 캐기 위해서 그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즐겁게 거니는 어느 산 길목, 어느 계곡가에 떨어져 있는 작은 쓰레기라도 담아오라는 것이다. 지리산이나 덕유산 등 국립공원이라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다 청소하겠거니 하지만 몇몇 직원들이 그 많은 쓰레기들을 모두 제거하기는 버겁다. 더구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면 눈에 뜨이지 않는 쓰레기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고 숲을 아끼는 사람들이 이맘때쯤이면 산과 숲으로 찾아들 때 한 사람이 조금만이라도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가져 온다면 산과 숲은 몰라보게 깨끗해질 것이다. 작은 실천이 큰 힘을 발휘한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만이라도 이런 일을 실천한다면 분명 내가 아끼는 산, 내가 좋아서 늘 다니는 숲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봄이 나를 맞아 기쁨을 주었듯이 나 또한 봄 산, 봄 숲에게 기쁨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따금 눈에 띄는 쓰레기를 산과 숲에서 없애는 일이다. 물론 산이나 숲에 들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일이 우선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봄 산에 들어 기쁨을 맞고, 봄 숲에 들어 건강을 찾을 때 버려진 양심, 산이나 숲의 티가 되는 쓰레기 하나 치우는 기쁨도 누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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