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고집으로 차린 '약이 되는 밥상'
정성과 고집으로 차린 '약이 되는 밥상'
  • 강진성
  • 승인 201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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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농가맛집<1>가향
농촌관광이 새로운 여가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관광코스라도 맛있는 음식이 가미되지 않으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이에 농촌의 정취를 느끼고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한다. 농가맛집은 지난 2009년부터 농촌진흥청과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야심차게 시작한 향토음식자원화사업으로 탄생한 곳이다. 경남의 농가맛집은 믿을 수 있는 재료와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향토음식점이다. 시골여행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향토음식의 세계로 떠나보자./편집자주

땅속김치전골
밀양의 농가맛집인 가향은 제철 재료를 이용해 기력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약선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에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양념은 직접 만든다. 사진의 김치전골은 부드럽고 은은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1> 밀양 ‘가향’

가향은 지난 2009년 농촌진흥청의 향토음식자원화 사업으로 탄생된 곳이다. 몸에 좋은 약재를 사용한 약선음식으로 밀양에서 손꼽히는 맛집이 되었다. 약선(藥膳)은 한의학에서 발달한 것으로 한약재를 넣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약재의 향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하지만 가향의 음식에는 건강뿐만 아니라 맛도 보장하고 있다. 일직 손씨 종가 며느리인 박형둘(57) 대표가 기본 양념부터 후식까지 모두 직접 만들었다.

20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하던 박 대표는 한우 고깃집을 운영했다. 청와대 조리사로부터 전수받은 요리실력으로 색소와 화학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갈비를 판매했다. IMF 불경기도 타지 않을 만큼 장사가 잘됐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고 싶었던 그에게 2009년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의 컨설팅 지원으로 약선음식으로 바꿨다. 잘 나가는 식당의 메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는 음식연구에 남은 인생을 쏟기로 했다. 박 대표는 약선음식의 대가인 최만순 부산여대 교수를 찾아가 전수받았다. 컨설팅 이후 식당을 운영할 조건을 갖췄지만 스스로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밤 8시부터 12시까지 이론과 실기를 터득하고 세계중화약선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박 대표는 고집이 대단하다. 밑반찬 하나하나 대충만드는 법이 없다. 식전에 나오는 약초물도 직접 다린다. 가향의 백미는 약선장아찌다. 제철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든다. 사과, 배, 모과, 방풍, 곰취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장아찌 주원료로 사용한다. 화학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단맛을 내기위해 효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정성이 대단하다. 식혜에 사용되는 질금조차 직접 만들어 사용할 만큼 철저하다. 주방은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내부가 훤히 내보이는 개방형이다. 본인 스스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위생에 철저하다보니 감출게 없다.
 
약선정식_보양밥
약선연잎밥은 각종 견과류에 찹쌀과 약재 우린물을 넣어 두번 찐 건강식이다.


약선음식은 건강식이기 때문에 모든 재료를 본인이 확인하고 만든다. 재료는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우선 사용한다. 배추는 박 대표의 고향인 진주시 금곡면에서 무농약으로 계약재배해 가져온다. 음식 가격은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재료, 요리, 정성을 안다면 결코 비싸지 않다고 단골들은 말한다.

약선정식의 경우 음식준비에만 7~8시간 걸리는 음식이다. 4인상이 20만원이지만 남는게 없을 정도로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이해주 밀양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약선정식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만큼 귀한 손님 접대에 좋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손님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취재 당시 부산에서 한 일행이 예약없이 찾았지만 그는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냈다. 멀리서 찾아왔는데 왜 돌려보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새 손님에게 신경을 쓰다보면 예약손님에게 소홀해 지게 된다. 돈을 떠나 예약손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님을 받더라도 미리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오래걸리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이런 박 대표의 철학 때문에 가향은 메뉴와 상관없이 예약하는 것이 좋다. 그는 갓 지은 밥이 아니면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님에게도 갓 지은 밥이 아니면 올리지 않기 때문에 예약을 선호한다.

박 대표의 음식에는 이론이 겸비됐다. 재료간의 특성을 알고 있어 궁합에 맞게 요리한다. 배움에 대한 열의도 뜨겁다. 올해 부산여대 호텔조리과에 최고령으로 입학했다. 전통예절지도사이며 다도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미각이 떨어지면 식당을 그만두고 약선음식 전수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돈보다 전통을 쫓는 박형둘 대표. 그의 음식에는 계절의 기운이 담겨있다.

약선오리샤브샤브
해독작용에 뛰어난 오리샤브샤브는 약초육수를 이용해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약선정식

약선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표메뉴. 보양밥, 약선수육, 약선장아찌 등 기력을 채우는데 더할 나위 없다. 음식준비에 7~8시간을 공들일 만큼 박형둘 대표의 정성이 들어가 있다. 밥부터 반찬까지 어느것 하나 대충 올린 것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상견례나 외국인 손님접대 등 특별한 자리에 좋다. 예약필수며 4인기준 20만원.

땅속김치전골
땅속김치전골은 2년 숙성시킨 김치로 부드럽고 은은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땅속김치전골

무농약 재배한 국산배추로 김치를 담아 땅속에서 2년간 숙성시켰다. 약초를 우린 물로 만들어 부드럽고 은은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지친 몸에 에너지를 보충하는데 좋다. 인근 골프장 손님들이 가장 손꼽는 메뉴기도 하다. 모든 손님들이 좋아하지만 특히 중년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中(3인) 4만5000원, 大(4인) 6만원.

약선연잎밥

각종 견과류에 찹쌀과 약재 우린물을 넣어 두번 쪄 연잎향이 밥에 은은하게 잘 배어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약선장아찌가 식욕을 북돋으며 환상조화을 만든다. 입과 눈이 즐거워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연인끼리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1인당 2만5000원이며 2인 이상 주문가능하다.

약선오리샤브샤브

몸에 쌓인 독을 풀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오리와 약선재료들이 어우러진 보양음식이다. 밀양 부북면에서 키운 오리를 가져와 식당에서 직접 샤브샤브용 고기로 절단해 신선하다. 각종 버섯이 어우러져 맑고 담백한 국물맛을 보여준다. 오리를 꺼려하던 사람도 좋아할 만큼 오리고기의 재발견을 맛 볼 수 있다. 1인당 2만원이며 3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

약선산채비빔밥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계절마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지깽이, 고사리, 우엉, 무, 콩나물 등이 들어가며 고추장 대신 가오리 회무침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부담없이 먹고 가기에 좋다. 1만원.

주소: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229-2번지(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1분거리. 산외면사무소 옆 위치), 예약문의:055-353-3399

주변볼거리: 식당 주변의 다원마을 손씨 종가 고택(환경부 2010자연생태우수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표충사(20분 소요), 얼음골(30분 소요)이 인접해 있다.

약선비빔밥
제철 채소를 이용한 약선비빔밥은 계절의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고추장 대신 가오리회무침으로 비비는 것이 특징이다.
박형둘대표1
박형둘 가향 대표는 영남의 상류고가인 일직 손씨의 종가 며느리다.
밀양 가향2
밀양시 산외면사무소에 옆에 위치한 가향은 약선음식전문점이다. 밀양I.C에서 1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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