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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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환 (의령군 충익사 관리사무소장)
우리는 공부든 일이든 뭔가를 할 때 열심히 하자고 한다. 얼마만큼 해야 열심히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해야 원했던 만큼의 목표를 얻을 수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배움이든 일이든 뭔가를 할 때 그것에 빠져들어야 하고 미쳐야 한다고 한다. 미쳐야 보이고 보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위 중독이라고도 한다.

나는 노후에 좀 더 자유롭고 아름다운 시간을 향유하기 위해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다. 벌써 8년째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악성도 없는데다가 마흔이 넘어서 시작했고 충분히 연습도 다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익히는 것이 워낙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껏 연습만 열심히 하고 있다.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해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깨우친 게 있다. 그 하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얻으려고 하는 얄팍한 양심이다. 나도 처음 배우는 날 선생님께 몇 년 배우면 되느냐고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질문이었다는 것을 안다. 종종 내게 시를 한 편 쓰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답한다. 마흔 살에 쓴 시는 40년이 걸렸고 쉰 살에 쓴 시는 5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창작이란 것은 그것을 시작해서 완성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시의 경우는 그것을 종이에 옮겨 쓰는 시간이 아니듯 말이다. 그러니 그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네 가지 속담을 꼭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요,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요,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란 것이다. 이것만 실천하면 못 이룰 게 없고 안 될 게 없다. 사실 이전에는 이 속담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무를 벤답시고 몇 번을 찍었을까. 한 번 두 번 아니면 다섯 번. 그렇게 많이 찍어보지 못했지.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고 천리 길을 걸어서 가고 나무 하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열 번을 찍어야 하는 일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데 이 어리석은 일을 해야만 뭔가를 얻을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느리게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가 꼭 필요한 것이다.

역으로 이 네 가지 속담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속담이 있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마라이다. 물론 안 되는 일은 일찍 포기하는 게 맞다. 시작해 보지도 않고 질기게 덤벼들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값진 인생을 깨우치지 못한 일이다.

나는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집에 가면 기타를 잡는다. 그리고 무조건 연습을 한다. 그래도 잘 안 되는 게 클래식 기타 배우기다. 그러니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 일에 푹 빠져야 한다.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나이 들어 뭔가 배우고 얻는 것이 그저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의령군 충익사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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