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 도의회와의 갈등 원점에서 풀어라
홍 지사, 도의회와의 갈등 원점에서 풀어라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준표 도정과 함께 시작했던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갈등만 남기고 좌초됐다. 후폭풍도 거세다.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도민들에게 비친 모양새는 사납다. 도의회의 인사검증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지방의회의 인사검증제도는 법에도 없는 일이다. 그동안 여러 광역의회에서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단체장의 인사권에 반한다며 법원에서 패소했다. 도의장의 공약이라는 말에 앞뒤 안가리고 덥석 받아준 홍 지사의 처사는 너무 가벼웠다. 아무리 비공식·비공개·비안건이라는 3비(非)원칙 하에 인사검증을 한다 해도 중앙당의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라면 정치바닥의 뻔한 상황쯤은 예상했어야 했다. 의회에서 그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생각했다면 순진해도 너무 순진했다.

도의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사람을 임명한 것도 잘못이다. 의회의 의견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닐지라도 존중해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요식행위로 생각했다면 인사검증을 할 이유가 없다. 이제 와서 도지사 인사권을 따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의회에서 합의를 깼다고 검증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홍 지사의 주장은 더더욱 타당하지 못하다. 인사검증은 그 절차보다는 검증 대상자의 자질과 도덕성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의회에 대해서도 유감이다. 판을 깬 것은 홍 지사지만 구실을 준 것은 의회다. 전국 첫 사례인 만큼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철저하게 준수했어야 했다.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었다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주어진 밥그릇도 지켜내지 못하고 스스로 걷어찬 꼴이 되었다.

아무리 합의정신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첫 도입한 인사검증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도민들로부터 직접 검증을 받겠다는 홍 지사의 말은 너무 감정적이고 대의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방법과 과정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당당한 경남이라는 구호와도 맞지 않다. 도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정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당초의 합의사항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집행부와 의회가 다시 원점에서 인사검증의 방법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