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사에 거는 기대
홍지사에 거는 기대
  • 경남일보
  • 승인 201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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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홍준표 지사에게 거는 도민들의 기대는 크다. 그는 큰 물에서 놀아본 경험이 풍부한 큰 그릇이다. 젊은 검사시절에는 ‘모래시계 검사’로 명성을 날렸고 정치에 입문해선 선수(選數)를 더할수록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 나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호형호제했지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리판단이 분명해 나설 때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나섰고 물러설 때는 과단성 있게 물러섰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흥행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후보로 나서 불을 지핀 것은 그의 이 같은 성격의 한 단면이다. 가장 많은 국회의원을 거느린 정당의 당대표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물러설 때를 알아 19대 총선에는 아예 공천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뒤끝이 깨끗하다.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그는 에둘러 말할 줄을 모른다. 쓴소리, 바른 소리를 눈치 보지 않고 뱉어 낸다. 희로애락이 분명하다. 방송에 출연해서도 앵커와 직설적으로 맞붙어 회자되기도 했다. “인심 사납게 물을 나눠 먹지 않으려 한다”고 말해 경남도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소신의 일단이었다. 성격상 단점이자 장점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사리판단이 분명하고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빨간 넥타이를 즐겨 매는 것도 그러한 성격의 표출인 듯하다. 정의감도 돋보이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대선에 나서도 손색이 없다고 하면 과찬일까. 아무튼 그는 큰 그릇임에 분명하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후보시절, 경남도청을 마산으로 옮기고 진주에 제2의 청사를 두겠다고 공약해 관심을 사더니 당선되자마자 구체적인 실천에 옮기고 있다. 공무원들의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나섰고 도가 출연한 기관들의 경영진단에 나서 혁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낙후된 서부경남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과단성 있는 행보이고 추진력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그의 버전대로 한마디 충고한다면 진주의료원의 폐업결정은 잘못됐다. 하수(下手)라고 할 수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문을 닫는 결정은 아무나 할 수 있다. 더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의 방안을 듣고 결정해도 늦지 않은 중대사안을 경제원리에 매몰돼 쉽게 결정한 감이 없지 않다. 오늘날의 트렌드가 복지임을 감안한다면 의료원은 경제원리로만 답을 찾아선 안된다. 진주의료원이 부실화된 책임의 절반은 경남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규모의 경영을 하지 않고 도심에 있는 병원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변두리로 옮기고 값비싼 의료기기를 들여와 부실을 자초한 것이다. 진주의료원은 한때 전국에서 가장 경영실적이 우수한 의료원이었다. 그런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의료원에만 떠넘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산청, 함양, 남해, 하동, 사천 등 서부경남에서 진주로 운행하는 버스의 승객 중 절반가량은 병·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라는 것을 홍 지사는 아는가. 장애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교통약자 택시도 이 시간대에는 모두 진주로 몰려든다. 지금 농촌은 고령인데다 노약자만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시로 병원을 찾고 약봉지를 달고 산다. 버스간에선 “어디 가십니까”, “병원에 약 타러….”라는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중에서도 상당수는 의료비가 부담인 사람들이다.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는다면 이들은 갈 곳이 마땅찮다. 경영논리로만 바라봐선 안되는 이유이다. 폐업이라는 하수보다는 병원을 유지하면서 개선책을 찾는 것이 상수(上手)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지사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그의 내공을 믿기 때문이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 결과론적이지만 도립의료원을 폐업하고 그 자리에 도청 제2청사를 만든다면 이는 패착 중의 패착이다. 서부경남 도민들은 그런 제2청사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고 할 것이다. 도립의료원이 흑자를 구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영개선은 얼마든지 꾀할 수 있다. 복지차원으로 접근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민심은 무상하다. 뜨거운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들이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 이번 결정이 장차 큰일을 할 홍 지사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지금 서부경남 도민들은 모래시계의 조폭이 홍 검사 앞에서 떨 듯 떨고 있다. 빨간 넥타이가 경겨운 홍 지사의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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