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진실 '장고:분노의 추적자'
흥미로운 진실 '장고:분노의 추적자'
  • 연합뉴스
  • 승인 201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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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틴 타란티노 감독, 아카데미 각본상·남우조연상 수상
진실이란 원래 불편한 것일까 아니면 두 눈을 바로 뜨고 진실을 마주한다는 게 편치 않은 것인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미국의 옛 노예제도를 주제로 한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을 빼어난 솜씨로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 말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참혹했던 노예제 실상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냉철하고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는 무법자들에게 걸린 현상금을 먹고사는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된 뒤 그와 함께 백인 무법자 ‘사냥’에 나선다.

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복식조가 되면서 금세 정이 든 그들은 팔려간 장고의 아내를 찾으러 미시시피의 대농장 캔디 랜드로 향한다.

먼 길을 달려간 그들은 무자비하고 잔인한 농장주 캔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그에게 무조건 충성을 바치는 흑인 집사 스티븐(사무엘 잭슨) 일파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당시 횡행했던 노예 매매 실태와 이들의 처참한 생활상을 여과 없이 폭로한다.

무거운 쇠고랑에 발목이 묶인 채 짐승처럼 끌려가거나 짐짝처럼 수레에 실려가는 것은 예삿일. 달아나다 붙잡히면 벌거숭이로 여러 날 땅속에 갇히는가 하면 심지어 사냥개한테 물어뜯겨 불우했던 삶마저 참혹하게 마감하는 일도 수두룩하다. 한 쪽이 죽을 때까지 뒤엉켜 싸우는 만딩고 격투에 내몰리는 노예들의 목숨은 개만도 못하다.

장고, 닥터 킹, 캔디, 스티븐 역을 각각 맡은 네 남자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가 볼만하다.

특히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의 태연하고 능청맞은 모습, 악마를 연상케 하는 농장주의 악랄함을 보여주는 디캐프리오의 변신, 수다스러움 속에 감춰진 날카로움을 잘 담아낸 사무엘 잭슨의 연기는 압권이다.

장고의 아내 역은 영화 전문지 TC캔들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8위로 뽑은 케리 워싱턴이 연기했다.

영화의 순수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음악과 액션이라는 감독의 생각을 보여주듯 영화는 영상과 음악을 맛깔 나게 잘 버무렸다. 이 영화의 오리지널 격인 1966년 영화 ‘장고’에서 인상적 음악을 선보인 루이스 바칼로프가 다시 음악감독을 맡았다.

처참한 시대상을 고발하는 도구로 잔인한 폭력과 총격전, 피가 끊이지 않는다.

비인간적인 노예 노동의 상징이었던 하얀 목화밭, 백인이 탄 흰말에 붉은 피가 사납게 흩뿌리는 장면은 여러 가지 함의를 드러낸다.

영화는 탄탄한 작품성과 흥미, 메시지를 토대로 거의 3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매끄럽게 내달린다. 감독은 편집된 부분을 살려 미니시리즈 분량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에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아 장고를 돕는 유일한 백인 닥터 킹을 독일인으로 설정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가 법원의 영장을 받아 미 연방정부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결국 국가 제도란 틀 안에서 모든 정의가 실현된다는 할리우드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를 제대로 반성하고 정리하지 못한 영향이 후대까지 미치고 있으며,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아무리 힘들고 거북하더라도 묻어둔 진실을 뒤늦게라도 꺼내야 한다는 시사점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3월21일 개봉. 상영시간 170분.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장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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