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쿵쾅~ 아이고 머리야~
쿵쾅쿵쾅~ 아이고 머리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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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나 또한 작년에 이사 온 윗집의 꼬마들의 밤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자고 뛰고 뭔가를 타고, 공을 가지고 노는 소리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관리아저씨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고, 또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신체조절 능력이 부족해 살살 걸으라고 해도 온몸에 체중을 실어 걷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시간개념 없이 밤 10시, 11시, 12시도 좋다 하고 뛰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폰을 들까말까 백번을 넘게 고민하다 관리아저씨에게 요청을 하게 된다. 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경우에는 층간소음이 신경을 더 날카롭고 예민하게 만들어 사람을 더 힘들게 해 가끔씩 매스컴에서 층간소음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인터폰을 건 뒤 위층의 반응이 어른까지 합세해서 더 뛰면 화가 났다는 반응으로 이해하게 돼 혹시라도 다음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까봐 괜히 가슴 졸이며 내가 오히려 숨거나 눈치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꼬마와 나 둘밖에 살지 않아 혹시라도 보복을 하면 어쩌려고 그런 행동을 했냐고 그냥 참고 넘기라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를 해 안면을 익혀 몇 층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알았는데, 언제부턴가는 그런 것도 없어져 위층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게 됐다. 그러다 보니 불쾌한 일이 생기면 너그러움보다 괜한 불쾌감과 짜증이 더 쉽게 생기게 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결국 슬픈 현실의 편리한 생활을 선택한 대가인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친구들은 오히려 낮에도 아이들이 뛴다고 연락이 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폰이 와서 자기 집인데도 아이들이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습기와 아파트 값이 조금 떨어져도 1층에서만 산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또 인테리어는 포기하고 거실과 방을 매트와 이불을 깔아놓고 생활한다는 친구들도, 눈만 뜨면 밖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층간소음으로 인해 말 못할 사정들로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기는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아파트 시공의 문제가 제일 1차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다시 부수고 지을 수 없으니 어쨌든 아파트와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서로 배려를 하고 지킬 수 있는 약속사항을 만들어 내고, 지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에서는 아파트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으니 온 나라가 층간소음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려 병들어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 또한 자기 집에 살면서 무조건 아이들을 꽁꽁 묶어 놓고 키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점점 잠자는 시간 또한 늦어져 밤늦게까지 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또한 이해는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본다면 나에게만 예쁜 자식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내 자식을 예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아이들은 밤 10시 이전에는 자야 뇌 발달에도 좋고 성장호르몬 분비도 활발해져 쑥쑥 크게 된다. 그리고 아이에게 뛰지 못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줘 그곳에서만 뛰도록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면 소파나 침대 위에서는 뛸 수 있게 한다거나 요새는 아이들이 뛸 수 있는 매트가 새롭게 나오고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윗집의 아이가 내 손자나 손녀, 조카라고 생각해주고 또 언젠가는 내가 부모가 되어 윗집 아이보다 더 뛰는 아이를 낳아 아랫집 눈치를 보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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