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이후 15명…우울한 역사 멈춰야
개통 이후 15명…우울한 역사 멈춰야
  • 이은수
  • 승인 201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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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대교' 오명 마창대교 안전대책 시급
지난 2008년 7월부터 개통된 마창대교. 웅장하고 화려한 다리는 경남의 명물이자 시민들의 교통체증을 절감하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남해안을 연결하는 마창대교에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는데, 바로 ‘자살대교’다. 해마다 마창대교에서 자살 혹은 자살소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살 원인은 무엇인지, 예방대책은 없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동안 자살사건이 뜸하던 마창대교에서 올들어 또다시 바다에 투신해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창원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0일 밤 11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마창대교 가포IC 앞에서 최모(44·회사원)씨가 해상으로 투신, 해경이 수색에 나섰다. 마창대교관리사무소는 40대 남성이 무쏘 차량을 마창대교 갓길에 세워두고 투신한 것을 창원해경에 신고했다.

창원해경은 무쏘 차량의 소유주인 최씨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밤새 경비함정 5척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날이 어두워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창원해경은 11일에도 수색작업을 계속 벌였다. CCTV 확인결과 최씨는 무쏘 차량에서 내린 뒤 2분 후에 바다로 뛰어내린 뒤 장시간 발견되지 않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달 19일 0시 48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진해방향의 마창대교 중간지점에서 윤모(69)씨가 1t 트럭을 갓길에 세워두고 바다로 투신해 숨졌다. 창원해경은 이 일대를 수색해 두 시간 뒤인 새벽 1시30·분께 윤씨의 시신을 인양했다.

지난 2010년 9월 12일에는 마창대교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40대 아버지가 10대 아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도 몸을 던져 자살한 사고가 일어났다.

개통 첫해에는 마창대교는 개통된 해 한 20대 청년이 연인과의 이별을 비관해 투신자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매년 4∼5명 남짓의 시민들이 자살 혹은 자살소동을 벌이는 등 자살사건이 연중행사처럼 잇따르고 있어 ‘자살 명소’라는 웃지 못할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 마창대교에서 2008년 2명, 2009년 6명, 2010년 4명, 2011년 1명, 2013년 2명 등 개통이후 지금까지 모두 15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처럼 마창대교서 연이어 투신 자살이 일어나자 안전망 확충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마창대교에서 자살이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마창대교의 최대 단점으로 타 대교와 상대적으로 낮은 난간높이를 꼽았다. 마창대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외형과는 달리 안전시설은 터무니 없이 허술하다. 마창대교는 난간 높이가 어른의 허리 높이 밖에 되지 않아 자살과 같은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보행자 거리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차량을 정차하는 경우도 빈번할 뿐 아니라 보행자가 다리 위를 다녀도 직원이 이를 즉시 제지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다리에 설치된 CCTV는 영업소 부근에 1대, 다리위 4대, 하부에 3대 등 모두 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 광안대교의 경우 41대나 되는 CCTV가 다리에 설치돼 보행자가 접근하면 곧바로 경광등이 켜지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차를 교각에 정차할 경우에도 곧바로 순찰팀이 출동하는 등 보행자와 차량 정차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자살예방에 효과적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허리까지 오는 마창대교의 다리 난간을 1m가량 더 높이면, 순찰팀이 출동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심리적인 압박을 통해 충동적인 자살을 막을 수 있지만, 교각 안전 및 운전자의 조망권 침해 등의 이유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책마련이 늦어지는 이면에는 소수의 생명보호와 다리를 이용하는 다수 운전자의 조망권 확보가 서로 충돌하며, 딜레마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마창대교과 관계된 기관은 (주)마창대교 관리사무소, 창원해양경찰서, 경남경찰청, 창원소방본부, 경남도 등이나 서로 딴 목소리를 내며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유관기관의 허술한 공조체제를 개선하고 정례 기구를 만들어 자살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다리 난간을 높이면 자살사건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수립을 건의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마창대교 한 관계자는 “애초에 설계단계에서 부터 가드레일 같은 안전장치 등 난간을 높였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6명의 직원이 CCTV를 실시간 확인하며 24시간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창대교를 자주 이용하는 한 운전자는 “규정상 다리 위에서는 정차하거나 걸어 다닐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정차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며 “자살 방지시설 설치 등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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