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비와 바람이 되어
햇살과 비와 바람이 되어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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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환 (의령군 충익사관리사무소장)
봄이 왔다. 봄은 겨울날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시간이다. 나무도 풀도 자연이 모두 봄을 기다렸다. 그 봄이 우리의 삶에 다다랐다. 그래서 봄이라고 고운 햇살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경하며 자연과 동화되어 살면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그 자연을 존재하게 하는 요인은 여럿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햇살과 바람과 물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없으면 자연은 존재할 수가 없다. 각자 서로 다른 위치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연이란 이름으로 하나를 완성해 간다. 이것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햇살이 따사롭고 비가 자주 내리며 바람도 요란하게 분다.

따스하고 고운 햇살이 내려와서 움츠린 생명을 깨운다. 그리고 바람도 역시 잠든 생명체를 깨운다. 우리가 아침에 창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면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바람이 겨울날 잠든 자연을 깨운다. 더불어 겨우내 흐트러진 풀과 나무와 자연을 말끔하게 정리도 해준다.

겨울날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고 말라버린 나무나 풀들을 떨어내며 말끔하게 단장을 한다. 그러면 튼튼하고 정직한 풀과 나무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고 어여쁜 꽃들이 피어난다. 그리하여 꽃이 핀 가지에 열매를 맺도록 수정작업을 해준다. 벌과 나비가 수정을 하는 꽃도 있지만 상당수는 바람이 수정을 해준다. 또한 이러한 일을 거드는 것은 빗물이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땅을 적시고 풀과 나무에 스며들어 생명을 돋운다. 봄비는 그 양은 적지만 횟수는 가을비보다 잦다. 그래서 봄비를 머금은 생물들이 일제히 피어난다.

햇살이 없으면 아무 것도 살 수가 없다. 그 햇살이 내려서 자연을 지켜 간다. 바람과 빗물이 거든다. 바람은 상당수의 꽃을 수정하여 열매를 맺도록 한다. 그리고 아무리 햇살이 강하고 바람이 거들어도 물이 없으면 싹을 틔울 수 없다. 농부는 다음 해에 다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씨앗을 말려둔다. 말려야 오랜 기간 저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마른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볍씨를 물에 담가두면 싹이 난다. 이처럼 싹을 틔우는데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봄날 비가 잦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자연을 지켜가는 햇살과 바람과 빗물처럼 스스로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되고 빗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켜 간다. 내가 지켜져야 또 다른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다. 그러면 나의 삶이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 그리하여 또 누군가에게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되고 빗물이 되게 하여 자연을 지켜가게 한다면 우리의 사회는 겨우내 그렇게 간절하게 기다린 봄처럼 아름답게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지켜주는 저 자연처럼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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