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웃음으로 만든 주름
어르신의 웃음으로 만든 주름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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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선 (진주 문화재단 이사)
새로이 근무하는 이곳에서 나는 매일 공짜 보톡스를 맞는다. 쉰 고개를 넘긴 나이라 인생을 정리해야만 할 것 같은 시기이지만 우연히 찾아온 내 운명을 제2의 인생이겠거니 생각하며 용기 내어 새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내 새 일터는 법인단체라 부와 명예와는 무관하고 출세도 영광도 없지만 이곳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순수한 웃음이 주는 행복에 한껏 빠져 있는 중이다. 평소 아내에게 무뚝뚝하다고 타박받는 내 성격을 이곳 어르신들로부터 치유받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 복지원 어르신 중에는 치매를 앓고 계신 분이 특히 많다. 비록 치매를 앓고 있긴 하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해맑고 순수한 웃음으로 만들어진 예쁜 주름을 여럿 가지고 계신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난 시간의 후회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을 행복하게 보내며 남은 여생 동안 이곳에서 행복한 주름이 몇 개 더 만들 것이다. 지난 세월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는 그 기억이 행복으로 자리해 어르신 모두 곱디고운 새색씨가 되었다.

주름에도 레벨이 있다 했다. 우리 어르신들의 웃음은 레벨 중 최상이며 의미도 크다. 나는 최상의 주름 레벨을 가진 어르신들의 웃음으로 요즘 지인들로부터 얼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어젯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콘서트 7080’이라는 TV 코너를 시청하였다. 한 시대의 청순함을 대표하던 진미령이라는 가수가 노래를 불렀고 나이보다 영 젊어 보이는 그 가수의 얼굴이 아내는 내심 부러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얼굴이 팽팽해도 목에 주름 보면 나이를 가늠한다’며 세기의 배우지만 오드리 헵번의 자연스러운 주름 가진 얼굴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부자연스러운 얼굴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물어 보았다. 평소에 잘 웃고 긍정적인 아내의 얼굴이 더 좋다는 걸 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싼 돈 주고 억지로 만드는 부자연스러운 얼굴보다는 웃음으로 만든 주름이 최고이다.

얼굴경영이라는 좀은 생소한 단어로 인상학 1호 박사라 불리는 주선희 교수는 얼굴 근육을 탄력 있게 키우면 어려 보인다며 “하하하” 크게 웃기를 권한다. 즉 인상을 써서 생기는 주름은 밑으로 처져 보이지만 웃어서 생기는 주름은 위로 올라가므로 뺨 근육이 올라붙도록 크게 웃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주선희 교수의 강연 주제 ‘그거 알아요? 인상 쓰면 인생도 쓰다’는 거라는데. 꽤나 호감이 간다. 웃음이 명약이라는 표현을 인상에 비유하여 긍정적인 마인드가 좋은 인상을 만든다는 것을 알리는 것 같아서이다.

우리 모두 힘들어도 “하하하” 크게 웃으면서 살아 보자. 그러다 보면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진주 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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