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와 자녀문제의 상관관계
부부와 자녀문제의 상관관계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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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연일 충격적인 보도로 우리를 강타하는 사건들이 그 도를 넘고 있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엊그제 연이어 일어난 두 사건을 보며 부모과 학교폭력 가해자와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사건은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최모(15)군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준 가슴 아픈 사건이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 이야기는 우리 청소년이 병들어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한 사회임을 상기시킨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인성교육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만 우선은 폐쇄회로 TV의 화소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CCTV 확충 같은 형식적인 대책보다는 교사가 학생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는 환경과 일반 학생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2011년 말 대구 중학생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에 대비해 정부는 지난해 2월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다양한 예방교육과 철저한 사후대응에 초점을 맞췄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난 후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부모에 대한 예방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대책으로 예방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예방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을 50% 줄였다고 한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청소년,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두 번째 사건은 초등학생들이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고교생 자살사건에 이어 또 한 번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사건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 불과한 어린 학생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 나는 20대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지난 13일 지적 장애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초등학교 6학년인 A군 등 3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B씨가 지적 장애가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범행 당시 휴대전화에 저장된 일명 ‘야동’을 피해 여성에게 보여주며 강제로 범행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 엽기적인 사건을 보며 일반 부모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이 끔찍한 사건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부모, 사회, 사건 당사자들 중에서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물론 첫째는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겨우 11세에 불과한 어린아이들이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상으로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은 구체적 조작기로서 이제 막 청년기의 형식적 사고, 즉 어른으로서의 성숙된 사고에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다. 다시 말해서 사고가 무르익지 않은 설익은 단계인데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가족, 특히 부모는 자녀들의 가치관에 귀감이 된다. 자녀들은 가족 안에서 사회생활에 가장 기초가 되는 도덕성을 배우고 대인관계의 기초를 배운다. 자녀가 학교폭력이나 장애인 성폭행을 저지른다면 그 일차적인 책임은 학생 당사자와 함께 그 부모에게 있다. 왜냐하면 부모가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 즉 부부는 자신들의 부부관계와 자녀관계를 되짚어봐야 한다. 모든 문제학생 뒤에는 문제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엄청난 사회적 사건을 계기로 부부는 자신들의 가족관계 특히 부부관계를 점검해 보고 혹시 우리 부부의 불화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부부관계와 자녀문제와의 상관관계는 매우 밀접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뢰도 조사를 따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관련된 연구결과들을 통해 볼 때 거의 예측 가능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솔선해 관계를 개선하면 자라나는 자녀가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다. 화목한 부부의 역할이 부모로서의 표양을 보이는 기초가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훌륭한 부모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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