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과 가고파
이은상과 가고파
  • 이홍구
  • 승인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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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원총국 부국장)
‘내 고향 남쪽 나라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은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마산 출신인 노산의 시 세계는 마산 합포만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노산은 이광수, 양주동과 함께 조선 3대 천재로 꼽혔다. 노산이 ‘가고파’ 를 지은 것은 20대 후반이었던 1930년대 초. 친구였던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 양주동은 학생들에게 시조 ‘가고파’를 가르친다. 그때 학생이었던 김동진은 ‘가고파’를 옮겨 적어와 곡을 붙였다. 이것이 범국민적 애창가곡 ‘가고파’다. 수많은 노산의 작품들이 가곡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시조의 개척자로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노산. 하지만 친일과 독재권력 협력 등의 논란으로 고향 마산에선 애증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비운의 시인이기도 하다. 이는 그의 문학적 순수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곤 한다. 특히 3·15의거와 관련한 그의 발언을 두고 ‘원로로서의 염려’-‘3·15 영령들에 대한 폄훼’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노산문학관-마산문학관’ 논란에서 최근 ‘가고파 시비’ 철거 논란은 마산시민이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다. 이번 논란은 노산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맞물려 있다. 역사와 그 과정을 살아낸 개인사를 현재의 시각으로 일도양단하듯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실정치와 이념에 따라 도식화된 평가에 가두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역사는 뺄셈의 기록만은 아니다. 마산은 3·15정신이 숨쉬는 숭고한 민주주의의 성지임과 동시에 문예의 전통이 살아있는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이홍구·창원총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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