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語 3句,'앎·삶·됨'의 교육적 인간상
論語 3句,'앎·삶·됨'의 교육적 인간상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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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규 (산청교육지원청 교육장)
필자는 1973년도에 진주교육대학을 졸업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모자라 교육대학에 양성소가 생겨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에 바로 배치되는 교사가 많았다. 그로 인해 언제 날지 모르는 발령을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마냥 세월을 보낼 수가 없어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다가 아버님과 함께 고개 너머 진태마을의 신계서원을 찾아 소당 박태곤 선생께 배움을 청했다. 어릴 적 이미 할아버지로부터 천자문 정도는 익혔던 터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논어’를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고 매일 한 구절씩 써 가면서 목청을 돋우어 외우고 풀이해 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논어 한 권을 다 떼고 ‘맹자’에 들어갈 무렵에 발령이 났다. 당시 얼마나 공부에 빠졌으면 발령이 나도 기쁜 줄을 몰랐던가. 오로지 글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도 신계서원 앞을 지나노라면 당시 글읽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논어 첫 장 ‘학이편(學而編)’에는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이면 不亦君子乎아.” 3句節로 시작된다. 여기서는 공부하는 방법과 그 공부의 결과로 나타나는 교육받은 사람, 곧 교육적 인간상은 어떤 모습인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 각주에서는 배움(學)은 선현들의 지혜를 본받는 것이라 했고, 익힘(習)은 어린 새가 자주 날아다니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런 학습의 결과는 세상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자신만의 기쁨, 곧 가슴으로 희열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창의성의 원리대로 無에서 有를 창조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사전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연습을 통하여 새로운 원리를 발견한다는 것은 발명교육에서 더하기의 원리와도 같은 것이다. 이 구절은 곧 ‘앎’으로서의 공부하는 방법과 공부의 기쁨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교육청 관내 단계초등학교의 교문 삭비문(數飛門)은 초등학생에게 참으로 적절한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한다.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이는 동문수학한 벗과의 우애적인 학습 공동체로서의 배려와 나눔의 ‘삶’을 의미한다. 배움과 익힘으로 기쁨으로 가득찬 벗들과의 대화는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는 상보적인 기회가 되어 한 차원 더 높은 학문의 세계를 구가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음은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인격 완성의 결과, 곧 교육받은 사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바로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교육적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논어 학이편에서의 교훈은 시공을 초월하여, 어쩌면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가치로 인류에게 계승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의 교육이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수단적 가치로 전락되고 있는 현실에서 논어 첫 장 學而編의 ‘앎’의 지혜와 ‘삶’의 나눔을 통한 ‘됨’으로서의 교육받은 인간으로 귀결되는 교육, 곧 오늘날의 화두인 창의적 인성교육을 대안으로 제안해 본다.

/산청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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