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시대, 젠더정책을 기대한다
여성 대통령시대, 젠더정책을 기대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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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시대가 열렸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화려하게 취임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것은 분명히 여성의 지위 향상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 순위는 겨우 108위로 아랍에미리트(107위), 쿠웨이트(109위), 나이지리아(110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후진수준에 머물고 있는 성 불평등,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저위와 그에 따른 저출산 및 여성복지 문제는 과연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가.

성 평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젠더(gender)란 용어가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젠더는 생물학적 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말한다. ‘젠더정책’이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남녀평등을 촉진하고, 그 역할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남녀평등의 촉진, 여성의 사회참여 및 역할 확대, 여성 복지수준의 증진 등을 포함한다. 특히 젠더정책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잠재능력이 풍부하며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유연성과 창의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성이 경제활동에서 소외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사회경제활동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여성의 유연성과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

젠더정책의 대표적인 법률로는 ‘여성발전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러한 법안을 기초로 다양한 정책들이 수립 및 추진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49.7%에 불과하다. 남성 참여율이 73.1%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61.8%와도 격차가 크다. 임금수준도 마찬가지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여성임금은 남성의 80% 이상이지만 우리나라는 6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문화적으로 자녀양육 등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젠더정책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출산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올라가고 임금률이 상승할수록 자녀양육에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하므로 출산율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일과 가정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여성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원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성의 사회경제적 역할을 증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산 및 보육비에 대한 부담 완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여건조성, 양질의 보육서비스 확충 등이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들이 출산율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정책 및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의 탄력적 근무제, 일본과 호주의 자발적 파트타임 근무제, 독일의 가족친화적 인증제도, 스웨덴의 남성 육아휴직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젠더정책 필요

우리나라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및 역할 확대와 출산율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이 가능한 젠더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도 육아휴직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고, 조만간 영유아(0~5세) 전면 무상보육정책 등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선진국 수준의 정책을 당장 실행하기에는 재원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단시간 근로제 및 탄력적 근무제 등을 도입하고,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여성 대통령시대를 맞이하여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증대는 물론이고 여성복지를 위한 다양한 젠더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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