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아버지 이어 허준役 "운명이라 생각"
김주혁, 아버지 이어 허준役 "운명이라 생각"
  • 연합뉴스
  • 승인 201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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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故 김무생 1975년 '집념'서 허준 역할 맡아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일 것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으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차지한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는 뮤지컬 배우이던 엄마에 이어 판틴을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일곱살 해서웨이는 엄마를 따라 공연장을 수시로 찾았고 엄마가 연기하는 판틴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판틴의 딸 코제트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탤런트 김주혁(41)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인 탤런트 고(故) 김무생(2005년 작고)에 이어 우리 한의학계의 ‘스타’인 명의 허준(1539~1615)을 연기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비록 아버지의 허준 연기는 그가 세 살 때 펼쳐져 기억은 없지만 김주혁은 “아무래도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주혁은 18일 시작한 MBC TV 일일극 ‘구암 허준’(극본 최완규, 연출 김근홍 권성창)의 주인공 허준 역을 맡았다. MBC가 야심차게 신설하는 밤 8시50분대 일일극의 첫 주자다.

 제주도, 지리산, 안동, 진주, 순천 등 팔도를 돌며 촬영 중인 그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순천에 머물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하셨던 역이라 그런지 허준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역입니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이었고 과연 내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허준을 하게 될까 미심쩍었죠. 그래도 사극을 하게 되면 허준 역을 할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러다 ‘무신’을 먼저 찍었죠.”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MBC 사극 ‘무신’에서 김주혁은 고려후기 무신 김준을 연기했다. 노예 출신 무사 역할이라 기본적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온갖 힘든 연기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그런 고생에 비해 시청률이 따르지 않아 마음고생도 적잖았던 작품이다.

 “‘사극=고생’ 즉 사극은 곧 고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절에 들어가 참을 인(忍)자를 끊임없이 새기며 연기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웃음) ‘무신’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당시 촬영하면서 앞으로 사극은 안 한다는 말을 계속 했더랬어요. ‘최소한 5년 안에는 절대 안한다’고 선언했었죠. 그런데 몇개월 만에 다시 하게 돼서 ‘무신’ 팀을 볼 낯이 없어요. 하하.”

 “솔직히 무사가 아니기 때문에 허준 연기는 ‘무신’보다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니 ‘죽음’이다. 내 분량이 80~90%라 숨 돌릴 틈이 없다”고 말했다.

 고 김무생은 1975년 MBC 일일극 ‘집념’에서 주인공 허준을 연기했다.

 “어머니께서 특히 감회가 남다르세요. 추억이 있으시니까요. 제가 허준을 한다고 하니까 아주 좋아하시죠. 특히 아버지께서 허준 역을 한 뒤로 스타덤에 올랐다며 ‘우리 집안이 허준 때문에 먹고 살게됐다”고 하셨어요.(웃음) 그래서 저도 잘될거라고 기대하시죠.”

 솔직히 처음에는 고민을 잠시 했던 게 사실이다. 또다시 사극인 데다 일일극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은 잠시였어요. 운명 같았거든요. 세 살 때라 아버지가 연기하셨던 것은 기억에도 없고, 방송국에도 ‘집념’ 테이프가 안 남아있어 볼 수도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도 일일극에서 허준을 연기하셨기 때문인지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구암 허준’은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MBC에서 64부작 월화극으로 방송된 ‘허준’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당시의 최완규 작가가 다시 집필한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동양의학의 세계를 극화한다. 특히 허준의 젊은 시절에 포커스를 맞춘다.

 “천출의 자식 허준이 20대 때 방황하던 모습에서 시작해 그가 점점 의학에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20대의 허준은 한마디로 망나니 캐릭터예요. 신분의 제약 때문에 못하는 것이 많은 것에 대한 울분을 마구 토해내죠. 지금 팔도를 떠돌며 그 망나니 연기를 하고 있어요.(웃음)”

 13년 전 전광렬이 연기했던 ‘허준’은 당시 평균 시청률은 40%를 넘기고 최고 시청률은 63.7%를 찍은 대히트작이다. 그 리메이크작이니 부담은 안 됐을까.

 “별로 부담은 없어요. 같은 작가가 쓰는 거긴 하지만 13년 전의 허준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거든요. 최완규 작가님도 이번에는 좀더 센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고요. 성인군자나 철인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망나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의술로 사람을 구하는 것에 대한 희열과 책임감을 느끼며 차츰 ’사람‘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게 됩니다. 슈퍼맨의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노력을 통해 성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또 일일극이다보니 13년 전의 허준보다 훨씬 풍성하게 그려져요.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주혁은 “제가 미신은 안 믿는데 이번에 촬영이 아주 잘 돼 가고 있어서 감이 좋다”며 “10회까지 촬영을 했는데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다만 MBC가 8시50분대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드라마라 그게 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 시간대만 정착되면 성공적일 것 같습니다. 요즘 날씨도 잘 도와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허준 역 맡은 김주혁<YONHAP NO-2273>
배우 김주혁이 13일 오후 경남 진주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 기념관 다목적홀 1층에서 열린 MBC 특별기획드라마 ‘구암 허준’ 제작발표회에서 밝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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