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춘분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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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네 번째인 춘분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점을 춘분점이라고 한다.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이르러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면서 밤과 낮의 길이를 같게 할 때 경칩과 청명의 보름 중간이 춘분이다.

▶윤기(尹祁)는 ‘무명자집’에서 봄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허리에 낀 대광주리 그 모습 어여뻐/ 구름 속 이슬 젖은 여린 나물 캐더니/ 객을 보고 홀연히 웃음 띠고 달려가/ 다급히 목련꽃에 몸을 숨기네.’ 짙푸르게 물들어 가는 산 빛, 실개천을 타고 흐르는 눈 녹인 물, 소나무 숲 속으로 장끼가 까투리를 대동하고 주억주억 걸어 내린다. 바람은 꽃을 시새워 불고, 아낙은 산나물을 캔다.

▶야마증계작, 춘광반화중. 포공유접무, 비연백운중(野馬蒸溪作, 春光伴華中. 浦公遊蝶舞, 飛鳶白雲中:아지랑이 피어나는 산골 개울가, 봄볕은 꽃송이에 도탑네. 민들레에 나비 날아 노닐고, 솔개는 구름 속을 날아오르네. 산나물 끓인 국이 입맛을 돋우는데 참게는 빗물에 기어 내린다.)

▶지난 겨울은 전에 없이 추웠음에도 오히려 봄소식은 더 빠르다. 천하에 매화가 만발하였고, 산수유가 푸른 하늘에 꽃향기를 가득 풀어 놓고 있다. 그런데 정치의 계절은 어째서 아직도 겨울인가. 새 정부가 들어선지 47일 만에 정부조직법이 타결됐지만 나쁜 선례를 남겼다. ‘세상의 시비를 듣기 싫어했던(상공시비성도이:常恐是非聲到耳)’ ‘고운’의 몸가짐이 생각난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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