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은 '바늘', 뿌리산업은 '실'
항공산업은 '바늘', 뿌리산업은 '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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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진주시수출협의회 사무국장)
지식경제부는 국내 제조업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3년도 뿌리산업 진흥 실행계획’을 확정하고 전년 대비 5.2% 증가한 7916억원(출연 등 1274억원, 융자·보증 6642억원)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2011년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제정 후 정부는 뿌리산업 관련 중소기업을 근접지원하기 위해 진주, 시흥, 김제 등 3개 지역 공동 파일럿 플랜트 구축사업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12년도 광주, 고령, 부산, 울산 등이 추가되어 7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도내 산업시설이 잘 구축된 창원, 김해, 양산보다 상대적으로 산업시설이 열악한 진주가 뿌리산업육성 거점도시로 선정될 수 있었던 원인은 뿌리산업기술혁신센터의 진주시 유치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정촌산업단지에 들어설 뿌리산업기술혁신센터는 총사업비 405억원이 소요되는 서부경남 지역내 중소기업 지원시설로서 뿌리산업 육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다시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기술을 일컫는 말로 자동차, 조선, IT 등 최종 제품의 품질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분야다. 스위스의 시계, 독일의 칼, 이탈리아의 자전거, 영국의 만년필 등 세계적 명품도 모두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또 로봇, 항공기 등 첨단산업의 이면에도 뿌리산업이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차량 1대 생산 시 6대 뿌리산업 관련 비중이 부품 수 기준 90%(2만2500개), 무게 기준 86%(1.36t)를 차지하고, 서부경남 주력산업인 항공산업에서 항공기 1대당 뿌리기술의 비중은 부품의 경우 90%(27만개), 무게는 86%(1.36t)에 달한다.

그런데 지식경제부 산하 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진주시로 하여금 6대 뿌리산업 중 상대적으로 오염배출 위험이 높은 주조, 표면처리 용접보다 ACE 산업(Automatic, Clean, Easy) 실현이 용이하고 오염요인이 낮은 금형·소성가공을 특화분야로 선정했다. 이것은 국내 뿌리산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시흥을 제외하고 타 시·도에서 금형·소성가공 관련 연구/지원장비 및 시설구축을 제한하는 선점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진주 뿌리산업기술혁신센터에 국내 연구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중대형 부품, 특히 항공산업 부품지원을 위한 1만t 프레스 라인과 가공장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진주, 사천을 중심으로 하는 서부경남은 창원, 김해가 포함된 동부경남에 비해 제조업 분포 및 산업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지난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진주·사천 항공산업국가산업단지 조성’을, 홍준표 도지사는 ‘뿌리산업특화단지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을 만큼 서부경남의 지역균형발전은 경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이다.

최근 서부경남 발전의 중추역할을 담당할 이 두 가지 사업이 난항에 부닥치고 있다. 항공산단은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가 관련부처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뿌리(금형)산업특화단지 조성은 사천지역의 환경문제 제기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주시가 추진하는 뿌리(금형)산업단지 조성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해와 폐수발생이 없는 금형·소성가공에 국한된 특화단지로 조성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환경오염은 기우일 뿐이다. 소재는 공정을 통해 부품·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항공산업이 부품·제품이라면 공정은 뿌리산업이다. 뿌리산업 없이 제조업(항공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실 없이 바느질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뿌리산업의 육성이야말로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뿌리산업기술혁신센터 건립과 뿌리(금형)산업단지 조성은 향후 항공산업의 고품질·고부가 가치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며 나아가 서부경남의 산업발전에 첨병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간만에 맞이한 서부경남 발전을 위한 중요한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지역간 협력하고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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