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교사·늦깎이 학생 '희망의 밤'
부엉이 교사·늦깎이 학생 '희망의 밤'
  • 정원경
  • 승인 2013.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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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푸른솔 중·고등학교 향학열 뜨거운 야학
▲21일 오후 진주시 상봉서동 진주푸른솔중고등학교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오태인기자
 
‘자기계발, 스펙(공인자격)’이라는 말들로 정신 없는 요즘 대학생들과는 달리 배움을 나누며 새로운 배움을 얻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캄캄한 밤, 밝게 피어 오른 야간학교에서 20대를 보내고 있는 경상대학교 학생들을 만나봤다.

“야학은 주는 것보다 얻어가는 것이 많은 곳입니다. 제가 가진 작은 지식으로 학생분들에게 또 다른 꿈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또 그분들로 하여금 삶의 지혜도 배우고 사람과 진심을 나누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손다은(경상대 컴퓨터교육과 4학년)씨는 설립된 지 48년이나 되는 ‘푸른솔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는 지난해 예비교사로 들어와 정식교사가 됐다.

그는 의미 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지 않아 푸른솔중·고등학교 교사모집 글을 보고 바로 신청을 했단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진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확고히 하게 됐다.

진주푸른솔중·고등학교는 배움을 원하는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삶, 거짓 없는 삶, 필요 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교양인 양성을 목적으로 개교된 야간학교다. 1965년 재건 국민운동 정관에 의한 청소년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저녁 7시부터 밤 10시 10분까지 주 5일간 운영되고 있는 진주푸른솔 중·고등학교의 교사는 대학생 14명으로, 이들이 가르치는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등 8과목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2번씩 이곳을 찾아 50~60대의 나이 지긋한 25명의 어머니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웃음꽃으로 시작된 교실에서는 배움의 열기로 훈훈한 기운마저 감돈다. 파란 칠판을 가득 채운 선생님의 강의에 학생들은 행여 필기를 놓칠세라 열심히 듣고 쓰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해 야학에 입학한 박수기(54·여)씨는 “우연히 시장에서 전봇대에 붙어 있는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며 “이곳에 다니면서 남 앞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 줘서 재미있게 많이 배우고 간다”며 새로운 도전에 감사해 했다.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한다. 수업시간은 끝났지만 학생들은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와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해결한다. 덕분에 야학교사들은 쉬는 시간도 없을 때가 많다.

국사교사 김민규(경상대학교 법학과 3학년)씨는 “어머님들이 모르는 부분을 그때그때 물어보시고 해결하시니까 다음에 제가 질문을 드렸을 때도 바로 답이 나와 뿌듯함과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선생님들 대부분은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정에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한다”며 그들의 향학열을 높이 평가했다.

진주푸른솔중·고등학교는 검정고시 패스만을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과 교사가 함께 소풍을 가고 체육대회를 여는 등 만학도 학생들에게 학창시절을 선물하고자 한다.

이상현 교장은 “공부만 하는 건 굳이 야학에 오지 않아도 학원이나 평생교육원 등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는 학창시절에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활동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운영한다”며 “배움의 기회를 놓치신 분이나 다시 공부를 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오셔서 추억도 같이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 전화(055-742-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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