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난(色難)으로 관심과 배려를
색난(色難)으로 관심과 배려를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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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규 (산청교육지원청 교육장)
필자는 평소에 교직원들의 친목행사에서 ‘색난(色難)’이라는 논어 구(句)를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번역하여 가끔씩 써 먹곤 한다.

논어 위정편(爲政編) 제8장에서는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효에 대하여 선생께 질문을 하자 효는 곧 ‘색난’이라고 말씀하신다. 색난이라는 것은 부모를 섬길 때에 내 자신의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의 안색을 보고 그 뜻에 맞게 부모를 봉양한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해석으로는 부모의 안색에 따라 봉양해야 한다는 후자의 해석에 무게를 두고 싶지만, 여기서는 내 자신의 얼굴빛을 온화하게 해야 한다는 전자의 해석이 옳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자의 제자인 자하는 본래 성품이 강직하고 의로웠지만 온화한 빛이 좀 부족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각 개인의 자질과 품성의 잘잘못에 따라서 말씀해 주셨으므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효의 해석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비록 이 가르침의 주된 내용은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공자의 제자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개별화 교육의 일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나름대로 번역하여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매일 얼굴을 맞대고 함께 근무하는 직원 상호간의 배려와 관심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논어 ‘색난’의 훈계를 통하여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 볼 때, 교장은 전체 교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배려하고 선배 교사는 후배 교사의 낯빛을 사랑으로 살피고, 후배 교사는 선배 교사의 표정을 존경으로 살피고, 교사는 학생의 낯빛을 사랑으로, 학생은 교사의 표정을 존경으로, 친구의 표정을 신뢰로 살피면서 서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배려해 주는 가운데 학교공동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고양되고 신명나는 학교교육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18일 경남교육청의 국·과장 회의에서 고영진 교육감은 학교 내에서의 폭력사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아침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도 빼 놓지 않아야 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예리한 눈으로 주시하면서 관찰해야 한다. 간밤에 그 아이가 아프지는 않았는지, 집에서 부모로부터 꾸중은 듣지 않았는지, 방과 후에 혹 친구와 쌈질은 하지 않았는지, 이 모두를 아이의 표정과 태도 그리고 교실분위기로부터 읽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교사는 그 아이의 부모처럼, 형제처럼, 내 자식처럼 돌봐야 하는 의무를 지기도 한다.

색난(色難)으로 풀어가는 학교사회의 아름다운 모습, 관심과 배려로 가득찬 학교와 교실의 풍토는 결국 올바른 인성교육과 학력향상으로 이어지고, 학교 내에서의 폭력은 영원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산청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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