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마다 옳다 싶으니 '팔랑귀' 어찌할꼬
훈수마다 옳다 싶으니 '팔랑귀' 어찌할꼬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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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귀농일지> 과수나무 전정
매화로부터 시작한 꽃소식이 농심을 바쁘게 한다.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하는 배 과수원의 꽃망울도 곧 터질 듯이 부풀었다. 전정은 허둥지둥 끝냈다지만 초보 농사꾼은 꽃이 피기 직전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를 못한다. 다행이 주변에는 온통 과수원이라 이웃 과수원에서 하는 일을 보고 눈치껏 따라 할 수 있고 경험이 많은 사람을 찾아 물어 볼 수도 있다.

지난달 겨울전정을 할 때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전정에 대한 이것 저것을 가르쳐 주곤 했다. 처음에는 전문가를 모셔와 기본부터 배웠다. 덕분에 나무 생리와 함께 나무자르기에 대하여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습을 거쳐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전정가위를 사용하는 요령이 부족하고 손아귀에 힘도 딸릴 것 같아 사용해본 분들의 조언을 받아 전동전정가위까지 구입하게 되었다. 등에 짊어진 작은 배터리와 연결된 전동가위가 굵은 나뭇가지를 삭둑 잘라내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어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매일 과수원으로 출근 매실나무부터 전정을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매실나무 전정이 끝나고 길가에 있는 배나무 밭으로 옮겨 전정을 하게 되었다.

초보 농사꾼이 배나무 전정을 한다고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있으니 지인들이 오고가다 머물며 한마디씩 거든다. 전정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속이 훤하게 보이도록 과감히 가지를 속아내야 한다며 시범까지 보여준다. 그런가 하고 머뭇거리며 따라하고 있으면 다른 분이 지나가다 그렇게 다 잘라버리면 한 해 농사 망친다. 올해 농사를 위해서라도 이런 가지도 남겨두고 저런 가지도 남겨두어야 한다고 다르게 가르쳐준다. 또 다른 이는 높은 가지는 모두 잘라 버리고, 낮게 옆으로 유인하기 위하여 새가지를 길게 남겨 두어야 일 하기가 쉽다고 거든다. 높은 가지라고 그렇게 다 잘라내면 도장지가 많이 나와 나무를 버린다고 나중에 지나가는 사람이 지적해 주기도 한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이다. 모두 맞는 말일 것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초보 농사꾼이 걱정되어 한마디씩 가르쳐 주려고 한 고마운 충고들이다. 그러나 초보 농사꾼은 그 많은 조언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막상 배나무 앞에 서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발걸음을 옮겨 이웃집 과수원을 둘러보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게 그런 것처럼 보일뿐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오직 머릿속에는 전정을 잘못하면 한 해 농사를 버린다는 생각만 감돈다.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처음 배움을 청했던 분과 친한 친구에게 물어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드리니 대답이 시원하다. 이 사람 저 사람 말 들을 것 없이 처음 가르쳐 준대로 자신 있게 해 보란다. 반드시 가지 끝부터 시작하여 남길 것만 남기고 전정을 하다보면 요령도 늘 것이고, 어려워도 한 번 해보고 봄부터 변화과정을 잘 관찰하다보면 어떤 방법이 옳은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렵게 여러 날을 씨름하다보니 전정도 끝이 났다. 그 후에도 과수원을 들릴 때마다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아 전정가위를 들고 여기저기 자주 손을 보게 된다. 이 모습을 본 이웃집 형님이 농사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면 골병든다고 대충하고 다른 일 하라고 일러준다.

직장을 그만두면 농사를 시작해 보려고 지난해에는 ‘비화학적 방제 연구회’라는 모임에 가입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모임에 나가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회원들은 모두 수 십 년의 경험을 가진 분들이라 그분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모두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모두 자상하고 진지한 분들이라 궁금한 것을 물으면 자기 일처럼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지난주에는 봄비 치고는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오기 전에 비료를 뿌려야 한다는 충고를 듣고 기비를 했다. 연초 인광석을 구입하여 효소와 흑설탕 그리고 염화칼륨을 혼합하여 만든 토양개량제는 활성화 하는데 물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비오기 전에 꽃이 피기 시작한 매실과수원부터 뿌렸다.

봄비가 내린 후 황사가 나타나고 기온까지 갑자기 떨어졌다. 흐드러지게 핀 매실나무에 피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예부터 농사는 하늘이 돌본다고 했다. 큰 기상이변이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막 시작하는 초보 농사꾼의 소박한 바람이다.

/정찬효 전 농협진주시지부장

매실나무
매실나무
전정이 끝난 배나무
전정이 끝난 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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